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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아․보․하

by 훈 작가 2025. 2. 5.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뉴스를 또 보았습니다. 제주항공 참사가 빚은 비극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홍콩으로 가려던 에어 부산 비행기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일상입니다. 어쩌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평범한 하루가 행복일지 모르는 세상입니다.
 
새해를 맞은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들뜬 기분으로 설 연휴를 보낸 사람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루하루 지내고 보면 어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오늘입니다. 우리 모두 평온하게 보내는 하루하루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그게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요즘 새롭게 떠오른 인사말이 있습니다.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입니다. 뜻하지 않은 사건과 사고로 인한 불행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하다 보니 보통의 하루가 행복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인사말로 생각됩니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보통의 하루를 보내기 어려워 우울하기까지 합니다.
 
MZ 세대들은 SNS를 통해 행복을 과시해야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소․확․행을 추구했던 그들이 ‘아․보․하’ 란 새로운 트렌드로 시선을 돌린듯합니다. ‘소․확․행’을 위해 굳이 과시하지 않고, 경쟁하지 않으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보통의 행복감을 찾는 쪽으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보는 듯합니다.

소․확․행을 위해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되고,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하루를 평온하게 보내는 것만으로도 행복의 의미가 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행복의 상대 개념이 불행이 아니라 일상이라고. 그래서 평범한 하루가 무너지면 그게 불행이라고. ‘아․보․하’가 새로운 ‘트렌드’로 뜨는 이유입니다.
 
눈 오는 날, 특별한 날이 아닙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평범하지 않은 하루 일 수 있습니다. 눈길에 넘어지거나 교통사고라도 나면 졸지에 평온했던 일상이 무너집니다. 설 연휴 때도 크고 작은 사고가 많았습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타인의 안전 불감증에 의해 보통의 일상이 언제든 불행의 그림자가 될 수 있음에 불안합니다.

눈 오는 날, 아주 보통의 하루로 보내는 일이 행복한 겨울이고, 행복한 일상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팝콘처럼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눈밭에서 노는 일,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냥 통의 입니다. 이런 평범함이 요즘 젊은 엄마 아빠에게는 행복인 시대입니다.
 
눈 오는 날은 눈을 즐기면 됩니다. 아이와 함께 눈사람을 만드는 시간, 통의 루를 보내며 추억을 만드는 행복입니다. ‘이것이 행복이다.’ 하고 일반화하고, 정의하는 것, 행복해 보이려는 겉치레일 수 있습니다. 는 말 그대로 아주 보통의 하루입니다. 더 이상 행복의 개념이 거창하거나 특별한 추상명사가 아닌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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