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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깔린 도심의 밤, 침묵의 환호와 열광이 요란해 거실 창가로 가 보았습니다. 허공을 가르며 은구슬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춤추며 내려오는 함박눈이었습니다. 녀석들의 버스킹 무대가 펼쳐진 겁니다. 한겨울 밤무대의 주인공이 된 하얀 눈송이가 마치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추며 내려오는 듯한 환상에 사로 잡히고 말았습니다.
눈이 춤추며 내려옵니다. 춤을 멋지게 추려면 리듬을 잘 타야 합니다. 그런데 음악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멋져 보입니다. 음악이 있는 게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고요함과 적막함이 더 서정적으로 다가와 좋습니다. 어쩌면 그게 음악을 대신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악이란 천상의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장르니까요.
한때 강남스타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공연장에 모인 수많은 팬이 함께 환호하며 말춤을 출 땐 신나는 K-pop이었습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다 같이 떼창을 하며 즐거워하는 장면은 가히, 열광적이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흥이 절로 납니다.
K-pop 무대공연엔 칼+군무가 등장합니다. 거의 빠지지 않습니다. 댄서들이 협업하여 춤추고 자로 잰 듯 정확하게 동작을 맞추어 움직입니다. 화려함과 절도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모두 한 사람인 것처럼 똑같은 동작을 정교하게 춤 선의 각을 맞춰가는 게 칼군무의 매력이자 아름다움입니다. 강남스타일의 말춤도 그래서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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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풍경이 칼군무는 아닙니다. 하지만 군무처럼 보였습니다. 겨울밤이 연출한 장엄한 공연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음악이 없지만 마음을 잡아 당깁니다. 고요와 적막 속에 내리는 함박눈이 칼-군무는 아니어도 내겐 군무처럼 보였습니다. 정중동(靜中動)의 아름다움이 눈을 멈추지 않게 합니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늘에 사는 요정들이 한 겨울밤에 비눗방울 놀이를 하나 생각했습니다. 마치 축제 날 불꽃놀이를 하듯 하얀 비눗방울을 만들어 폭죽을 터트리듯 밤하늘에 쏘아 올린 것처럼 몽글몽글한 눈송이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겨울 축제라도 하듯 모두 나와 춤추며 환호성을 지르는 줄 알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밤하늘 어딘가에 팝콘 공장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요정들이 팝콘을 만드는지 팝콘 기계에서 요란하게 터지는 팝콘 알갱이가 정신없이 사방으로 튀어 밤하늘을 가득 수놓는 것도 같았습니다. 함박눈이 말 그대로 펑펑 쏟아지니 상상의 날개가 목적지 없는 마음속을 이리저리 날아다닌 겁니다.
눈 오는 밤은 집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한 겨울밤의 버스킹입니다. 피-켓팅 안 해도 됩니다. 혼잡한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얼마든지 혼자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창밖만 바라보면 됩니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보면 이 겨울밤이 더할 나위 없이 포근해집니다. 행복, 별거 없습니다. 이 순간 살아 있음이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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