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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고즈넉한 아침

by 훈 작가 2025. 4. 25.

밀려오는 안개만이 외로움을 잠재웁니다. 고요함이 설법하면 부처님도 듣기만 하는 것 같은 새벽입니다. 참 고즈넉한 시간입니다. 여명이 눈뜨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은 정적이 흐릅니다. 시간이 한 발짝 내게 다가올수록 고요함이 깊어만 갑니다. 아! 이토록 평화로운 빛, 내 곁에 있음이 가슴 벅찬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걸음 다가서면 더 멀게만 느껴지는 이 고즈넉한 아침을 난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연을 다한 어둠이 떠나버리고 하늘이 맺어준 지금의 인연이 이대로 영원히 멈추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은 반복되는 낮과 밤의 인연이 세월을 만들지만 인생이란 인연은 언젠가 안개처럼 흔적 없이 사라질 겁니다.
 
열병처럼 앓던 짝사랑의 아픔도 안개처럼 부질없는 것, 덧없는 욕망 속에 고즈넉한 행복을 잊고 살았던 지난 세월이 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늘에서야 고즈넉함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가슴에 응어리졌던 번뇌는 모두 내 탓이었습니다. 누군가 세월이 약이라 했지만, 그 세월이 내 삶을 빼앗아 가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내게 선물해 준 지금의 이 고요함이 만든 고즈넉한 형용사가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간 감사한 마을을 갖지 못했던 부끄러움을 이제야 고백합니다. 문학 속의 문장으로만 만났던 고즈넉함이 새삼 감동이고 행복인 걸 실감합니다. 고즈넉함은 자연의 언어이고 빛의 침묵이고, 내 안의 진정한 행복의 언어임을 알게 된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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