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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빠지면?

by 훈 작가 2025. 5. 7.

이미지 출처 : pixabay

바람이 빠졌다. 납작해졌다. 녀석은 날 쭈그러트리고 도망갔다. 몰골이 말이 아니다. 내 모습을 본 아이가 울고 있다. 
 
“바람, 너 어디로 도망간 거야.”
 
엄마가 바람을 혼낸다.
 
“얘-끼! 이놈~.”
 
그리고 아이를 달랜다.
 
“울지마, 바람이 엄마가 보고 싶어 집으로 갔나 봐.”

 

이미지 출처 : pixabay

뿜어대는 뽀얀 담배 연기. 광기 어린 눈빛 오간다. 게슴츠레한 얼굴, 어두운 조명, 살벌한 분위기, 그리고 탐욕, 눈먼 돈이 춤춘다. 이윽고 하나, 둘 죽는다. 일 순간 허풍이 몰아친다. 죽느냐 사느냐 기싸움 드세다. 한바탕 승부는 도박이다. 패가망신 인생 따로 없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젊은 날, 누구나 한 번쯤 울고 웃는다. 나 때문에. 왜 그런지 난 알 수 없다. 날 보고 그들은 홍역처럼 앓다가는 바람이란다. 그럼에도 안달이다. 날 만나지 못해서, 누군가는 날 기다리고, 누군가는 날 찾아 헤맨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게 빠지면 나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인연으로 핀 해후, 응어리진 분홍빛 눈망울, 얼마나 참았던 눈물이었나. 얼마나 기다렸던 봄이었나. 어둠에서 자유로, 난 꿈을 피웠다. 설레는 내 가슴에 바람이 분다. 그리움에 젖은 내 마음 빼앗아 간다. 뜨거운 입맞춤에 눈이 어지럽던 꿈속의 사랑. 누구나 빠져나오지 싶지 않았던 청춘이 있었다.

잡히지 않는 봄바람, 스치며 떠나가는 사랑, 다 허망하다. 사랑은 이별을 품고 있었나 보다. 첫 추억 남기고 저만치 떠나는 봄이 밉다. 사랑, 그게 뭔지 모르면서, 난 봄에 빠져 울고 말았다. 꽃에 빠지면 이별을 슬퍼하면 안 된다. 어차피 사랑과 이별은 피고 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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