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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더 글로리

by 훈 작가 2023. 3. 26.

 

장안의 화제가 된 드라마 제목이다. 학교 폭력을 다루었다.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이기 때문에 시청률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학교 폭력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숨어있는 불법적인 폭력이 정의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시청률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싶다. 

이른바 금수저 부모들이 자행하는 부당한 권력이 힘없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거기에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커녕 오히려 뻔뻔함을 보이기까지 한다. 이 때문에 계층 간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사회적 통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피해자는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힘들다. 자존감이 무너지고 상처가 더 심한 경우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도 한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폭 피해자가 가해자를 향한 복수를 그렸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주인공(문동은)이 자신의 처지인 양 받아들이면 복수는 통쾌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행복할까? 아닐 것 같다.

제주도 한림읍 금악리 산 30-8번지에 왕따 나무가 있다.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왜 이곳이 인기를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꽤나 이름 있는 곳임에는 틀림없는 모양이다. 심지어 사진을 찍으려면 줄까지 서서 기다릴 때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름이 왜 왕따 나무인지 불편했다. 

이 나무도 글로리의 주인공처럼 ‘왕따’당한 걸까. ‘왕따 나무’라고 부르니 무슨 사연이라도 있나 싶어 찾아봤지만 그럴만한 이유는 찾지는 못했다. 그냥 사람들이 붙인 이름 같다. 왕따 나무라면 누군가 왕따를 시키고 남모르게 괴롭힘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주변에 나무가 없고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 있어 그렇게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이참에 왕따 나무 대신 글로리 나무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다. 그게 더 아름다워 보인다. 이렇게 멋지고 분위기 있는 나무인데, 누가 왕따 나무라고 불렀을까. 내가 나무라면 기분 나쁠 뿐만 아니라 자존심도 많이 상할 것 같다. 이 나무의 자존심을 찾아 주었으면 좋겠다. 가해자가 다름 아닌 우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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