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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솜사탕

by 훈 작가 2023. 3. 22.

 

목련꽃이 필 때면 양희은의 노래가 생각나듯 가끔은 초등학교 시절 봄 소풍이 생각난다. 지금 초등학생들 마음은 어떤지 모르지만, 소풍 하루 전날 행여 비라도 오면 어쩌나 할 정도로 마음이 설레었다. 그 시절 소풍은 대개 학교에서 가까운 곳으로 걸어서 갔다. 요즘처럼 버스를 타고 가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즐겁고 신났다. 점심시간이 되면 김밥을 먹고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때로는 보물 찾기도 했었다. 그런데 소풍 가는 날을 어떻게 알았는지 솜사탕 아저씨가 점심 무렵 나타났다.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아저씨는 자전거 뒤에 싣고 온 작은 원형 틀로 된 솜사탕 기계를 연신 돌리며 솜사탕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아저씨는 하얀 설탕 한두 수저를 기계 가운데 작은 홈에 넣고 기계를 돌렸다. 그런데 설탕이 없어지고 신기하게도 하얀 실타래가 연기처럼 만들어져 나왔다. 아저씨는 그것을 나무젓가락을 이리저리 감아 마술처럼 커다란 하얀 솜사탕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솜사탕이 불티나게 팔렸다.

친구들을 보니 군침이 돌았다. 옆에 있던 짝에게 “맛있니?” 하고 물었더니 손가락으로 솜사탕을 찢어 나에게 준다. 그걸 입 안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더니 달콤한 설탕 맛이 혓바닥에 닿자마자 빛의 속도로 뇌에 전달된다. 단맛이 주는 행복이 진하게 감돌며 소풍날을 더 즐겁게 해 준 기억이 새롭다.


아파트 단지에도 목련꽃이 피었다. 솜사탕처럼 보이는 큼직한 목련꽃이 파란 봄 하늘을 배경으로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처음에는 하얀 백로 떼처럼 보이던 목련꽃이 생뚱맞게 솜사탕으로 둔갑해 보이는 이유는 무얼까. 목련은 애처롭게도 짧게 피었다 간다. 좀 더 오래 피었으면 좋으련만. 어차피 질 운명인데 뭐가 그리 급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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