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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이슬(2)

by 훈 작가 2023. 3. 6.

 

살면서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이 많습니다. 다행히 사진을 취미로 하며 조금은 달라졌지요. 그때부터 사소한 것도 눈여겨보게 되더군요. 혹시 사진의 주제가 될 만한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죠. 카메라를 들고 나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런 증세가 심해집니다. 참 별일이죠. 

나태주 시인의 들꽃이 생각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너도 그렇다.

새벽 출사길에  제 마음을 멈추게 한 게 이슬이었습니다. 유리 난간에 맺힌 이슬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죠. 들꽃 시의 표현대로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았습니다. 정말 너도 그럴까? 그렇게 머뭇거리다가 시인의 말대로 저는 마음을 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무심한 마음을 꺼내 멀리 던져 버렸죠.

일단 카메라를 들고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이슬이 녹아내리고 있더군요. 몽글몽글한 형체가 일그러져 눈물처럼 아래로 흐르는 걸 보고 뭔지 모르는 느낌이 왔습니다.  잠시 바짝 엎드려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눌러댔죠.

자세히 보고 오래 보고 있으니 어느 겨울날 나목들이 늘어선 숲처럼 보이더라고요. 착각은 자유라는 말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는 거기서 빠져나오기 싫었어요. 오히려 더 그 속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고 말았죠. 상상은 그 숲 속으로 날개를 폅니다. 새벽에 작은 물방울이 모여 화가처럼 그린 모습을 무심코 지나치려다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슬이 그려낸 숲은 채 반나절이 가기도 전에 사라지겠지요. 지구온난화로 지구촌의 숲은 날로 이슬처럼 사라지고 있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인간에 탐욕에 의해서... 사라지는 이슬만 안타까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슬도 숲도 다 같이 지켜주고 싶은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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