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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이슬(1)

by 훈 작가 2023. 3. 6.

 

 

난 이슬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원래 난 이 씨로 태어났는데 난데없이 내 성(姓)을 바꾼 거 있죠. 내 허락도 없이. 누구냐고요. 그게 술 만드는 회사거든요. 참나 어이가 없어서... 여러분은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술과 이슬, 솔직히 말해 안 어울리는 조합이죠. 그렇죠? 제 말이 맞죠?

사실 어쩌다 애주가들이 절 사랑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성(姓)이 바뀐 이후 저는 날이면 날마다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느라 고달픈 삶을 산답니다. 때로는 저를 통해 마음을 위로받는 것 같아서 뿌듯한 때도 있지요. 반대로 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정신 못 차리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답니다.

어쩌겠습니까? 그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걸~.  사실, 저는 태생적으로 바람과 햇빛을 싫어합니다. 왜냐고요? 제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가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 빛을 통해 제 모습을 보고 영롱하다며 예뻐해 주지요. 그렇긴 하지만 그게 저에게는 청춘이자 황혼입니다. 새벽에 태어나 아침이면 세상과 이별해야 하는 제 운명, 너무 슬픕니다.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제가 사라지는 모습을 자신들의 죽음에 비유해 왔습니다. '이슬로 사라지다.' '이슬처럼 지다.' 하면서 죽음을 아름답게 이야기하는 것 같더라 고요. 그럴 때마다 저는 슬픕니다. 말로는 예쁘고 영롱하다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너무 위선적이지 않나요. 하필이면 왜 나를 그렇게 비유하는지~. 정말 서운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슬처럼 살고 싶다고 하는 사람도 많아 다행입니다.. 그럴 때는 은근히 자부심을 느끼거든요. 하염없이 보잘것없는 저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자랑스러운 거지요. 이해되진 않지만 저처럼 살겠다니! 저도 싫지 않답니다. 이슬처럼 살고 싶다는 그 말, 정말 진실이기 바랍니다.

그 말인 즉슨 이슬처럼 찰나의 삶을 살고 가겠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이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이 풍진세상 순수하고 아름답게 살다가 떠나고 싶다는 의미라는 걸. 저도 압니다. 어찌 보면 삶은 궁극적으로 허무한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니 모두 예쁘게 사세요. 서로 미워하지 마시고요. 이슬처럼 아름답게 사시길 바랍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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