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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봄이 아픈가 봅니다

by 훈 작가 2023. 3. 29.

 

아직은 때가 아닌 듯한데 성미 급한 꽃들이 문밖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벚꽃 얘기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5, 서울에서도 벚꽃이 피어 이번 주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하네요. 평년 보다 무려 14일이나 빨리 핀 셈이죠. 꽃을 일찍 보니 좋기는 한데, 마냥 반갑게 여길 기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은 때가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때도 아닌데 꽃이 피니 분명 뭐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몇 년 전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거든요. 다들 아시겠지만 지구온난화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구가 더워져 기온이 올라가고 일조 시간이 길어지면서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된 탓이라고 합니다이러다 보면 땅속에서 겨울을 보내는 곤충들은 꽃이 다 피어버린 뒤에나 지상으로 올라가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꽃을 만날 수 없게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거죠. 어느 날 갑자기 꽃이 진 봄날 벌이 땅속에서 나오게 되는 거죠.

 

꽃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아침저녁으로 일교차도 큽니다. 거기에 꽃샘추위까지 찾아와 옷을 어떻게 입을지 고민스럽기도 하고요. 이젠 미세먼지는 일상화된 듯 숨쉬기도 눈뜨기도 부담스럽습니다. 정말 봄이 왔지만, 예전 같지 않은 봄입니다봄이 어딘가 아파 보이는 봄입니다. 하늘은 뿌옇고 봄이 호흡기 질환에 걸려 콜록콜록 앓고 있는 것 같고,. 마지 사춘기 소년처럼 방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금 봄이 신음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생각나네요. 봄이 온 건 맞는데 봄 같지 않은 봄처럼 느껴집니다. 왠지 이번 봄은 예전과 다르게 설렘이 실종된 것 같네요. 이른 새벽 호숫가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세월탓인지 모르지만 청량한 봄 분위기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정말 봄이 많이 아픈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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