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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4월은 잔인한 달?

by 훈 작가 2023. 4. 7.

4월을 수채화로 그린다면 연두색이 떠오릅니다. 잔인한 달이라 했던 토머스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적(詩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색이지요. 자연은 화가가 되어 수채화를 그리듯 봄 풍경을 그린 것 같습니다. 먼저 연초록 물감을 풀어 온 산야에 붓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봄을 알리는 색은 연초록이 아닌가 싶습니다. 

화가의 붓놀림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숲을 그려 넣으면 그 속에 새를 불러들이죠. 소리가 안 들리시나요. 눈을 감고 그림 속으로 들어오면 들릴 겁니다. 바람에 실린 봄의 교향곡이 우리의 희망과 힐링이 되어 줍니다. 한 폭의 수채화에서 음악까지 들려주는 자연의 경이로움, 그 자체가 놀랍지 않나요.


어느새 겨울이 만든 하얀 도화지는 흔적조차 사라져 버리고 없습니다. 봄 햇살에 빛나는 4월은 결코 잔인한 달이 아닙니다. 잔인한 달이라면 새소리가 들릴 리 만무합니다. 황무지에서는 희망이란 새싹을 움트게 할 수 없습니다. 희망이 없는 곳은 행복이 있을 수 없겠지요. 행복은 모든 생명체에게 주어지는 축복입니다. 

어쩌면 사월을 수채화처럼 그려주는 연두색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일지도 모릅니다. 봄이 우리에게 행복한 계절인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초록이 사월의 봄바람을 타고 수채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사진이지만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봄입니다. 봄을 이기는 겨울이 없는 것처럼 사랑을 이기는 것은 미움은 없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시인의 시라 하더라도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합니다. 왜냐고요. 봄은 절대로 잔인한 계절이 아니거든요. 아시다시피 모든 생명체에게 새로운 희망과 행복을 주는 계절이잖아요. 거창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할지라도 자연의 질서는 언제나 단순하답니다. 문제는 항상 우리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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