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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거리 두기

by 훈 작가 2025. 9. 23.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드라마 속에 많이 등장하는 대사입니다. 이런 말을 한 주인공은 대부분 상대에게 진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상대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관점과 상반되는 결과가 만들어 낸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대방아게 배신감을 느낀 나머지  그 충격에 대한 반응으로 나온 말인 겁니다.
 
유교적인 가치관의 중심에 충(忠)과 효(孝)가 있습니다. 오래 세월을 우리의 내면의 중심에 자리 잠고 있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이런 가치관 속에서는 배신이란 단어가 용납되지 않습니다. 신뢰의 파괴이자, 사람 관계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행위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이 많이 바뀌어 좀 과장하면 배신이 횡행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이 변한 겁니다. 각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는 나 혼자 좀 더 잘살기 위해. 명예, 권력, 돈, 사랑, 욕망에 눈이 멀어 종종 배신을 선택합니다. 그 결과,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 입에서 나은 말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입니다.
 
기존의 가치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현실에서 소설 보다 더 소설 같은 일이 너무 많이 벌어집니다.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걸 지켜보며 우리는 하나씩 내려놓게 됩니다. '아, 세상이 그럴 수가 있구나, ' 하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했던 세상에서 이젠 '그럴 수가 있구나', 하는 세상이 된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정해야 합니다. 사람이 완벽하게 선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이 배신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필요한 게 거리 두기입니다.. 코로나 시대처럼 말이죠. 아무리 믿고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배신의 바이러스를 마음에 품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어쩌다 전보다 더 모순적인 사회가 되었을까? 하지만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의의 거리두기’를 배워야 합니다. 믿음이 나쁜 게 아니라, 너무 믿지 말아야 합니다. 사랑도 열정만큼 냉정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겁니다. 드라마 장르를 떠나 TV를 보다 보면 사회분위기가 배신의 그림자가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어찌 보면 인간 본성의 일부이고, 살기 위한 수단이고, 방법이고 생존을 위한 현실입니다.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 말이 내 입에서 나오지 않게 하려면 거리 두기를 배워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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