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갑자기 아가씨 두 명이 앵글 속으로 들어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콘크리트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바짝 엎드려 일몰 사진을 찍고 있을 때 그랬다. 누가 봐도 빤히 알 수 있는 상황인데 두 사람은 그냥 지나갔다. 아무렇지 않게 말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장면을 찍고 말았다.
보통은 방해가 될까 봐, 지나가도 돼요? 하고 물어본다. 에티켓이다. 셔터를 누른 후 지나간 방향을 쳐다보았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간다. 어떡하랴. 사진 애호가들이 많이 몰리는 출사지에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있는 욕, 없는 욕, 바가지로 얻어먹으니까.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못한다.

세대 차이일까?
곱지 않은 눈으로 보면 당돌한 데가 있다. 옛날 같으면 뭐라고 한 소리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은 그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받아들인다. 왜냐? 사소한 것 같고 문제를 만들 필요가 없다. 다만, 역지사지라면 난 그렇게 못한다. 아마 방해될까 봐 빙 돌아서 갔을 것이다.
출사지가 사진 애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칫 시비라도 벌어지면 잘잘못을 따지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지나가도 상관없다. 공유지니 누구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오히려 반대로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 참으면 될 일을 같고 문제만 만드는 꼴이니 좋을 게 하나도 없다. 그러려니 해야 한다.

요즘은 개의치 않는다. 카메라 앞으로 지나가려다 머뭇거리는 사람이 있으면 괜찮다고 말한다. 사진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기 싫어서다. 사진 찍는 게 대단한 일도 아닌 데 왜? 다른 사람에게 내가 그래야 하는가. 세상은 그냥 물 흐르는 대로 때론 참고, 양보도 하고, 배려도 하고, 이해하면 그만이다.
사진 속 주인공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분명 두 사람은 미안한 마음으로 지나갔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주인공들이 있어 사진이 더 정감 있어 보이기도 하니까 좋다. 사람이 있어도 사진, 없어도 사진이다. 그냥 어쩔 수 없지, 하고 받아들이면 아무렇지 않다. 세상은 이것 말고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으니까, 그러니 그러려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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