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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추석 연휴

by 훈 작가 2025. 10. 3.

이번 추석 명절 연휴는 최대 열흘까지 쉴 수 있다. 직장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땡큐다. 그러나 달갑지 않은 사람도 있다. 대한민국의 며느리들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할지 모른다. 말 안 해도 시댁에 머무르는 동안 불편하고 싫다. 어쩌면 명절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을 듯싶다. 물론 전부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뭐니 뭐니 해도 스트레스 1위를 음식 만들기가 아닐까 싶다. 명절 차례상에 오를 음식을 준비하려면 이만저만 아니다. 한우 산적, 육전, 두부전, 명태전, 동그랑땡과 조기찜, 김, 송편, 소탕, 어탕, 육탕, 황태포, 고사리, 무나물, 시금치, 김칫국, 식혜, 사과, 배, 대추, 밤, 곶감 등등. 이걸 준비하려면, 음식을 만들기도 전에 머리에서 스팀이 팍팍 피어오른다.
 
이뿐 아니다. 음식 준비도 버겁지만, 시어머니 눈치 보랴, 용돈도 드리랴, 게다가 꽉 막힌 귀성길-귀경길 교통체증까지, 모든 게 신경 쓰인다. 오죽하면 ‘명절증후군’이란 말까지 생겼겠는가. 이때 이혼하는 비부가 연중 가장 많단다. 아내나 며느리 관점에서는 결코 명절이 좋다고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음식 준비도 옛말이 되어 간다. 시장에 가 보면 차례 음식을 팔 거나 사전에 주문받아 배달해 주는 곳도 많다. 이젠 시대가 달라졌으니 꼭 집에서 만드는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물론 옛 어른들은 못마땅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그런 시부모들을 설득시키고 남편들도 옆에서 거들 필요가 있고, 시댁어른도 세상이 달라졌음을 깨달아야 한다.
 
음식 준비도 꼭 여자들만의 몫으로 치부하는 남자들도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옛날 농경 사회에서는 당연했을지 모르지만, 요즘은 부부가 맞벌이하는 집이 많다. 육아도 가사도 부부가 서로 도와가며 사는 시대다. 마초주의적 남성들의 사고방식을 이젠 버려야 할 때가 된 듯하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사는 게 모두 힘든 세상이다.
 
추석날 모처럼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한다. 가급적 어른들은 손주나 조카들한테 결혼이나 취업얘기는 하지 않는 게 낫다. 가벼운 덕담만 나누고 성묘도 다녀오고, 차례주도 한 잔씩 한 후에 밤에 뒷동산에 올라가 보름달을 보는 여유를 갖자. 이번 추석은 모두가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어른들이 배려해야 한다.
 
혹시 이런 푸념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누구는 조상 잘 만나 추석 연휴 때 해외여행 가고, 조상덕 1도 못 본 사람들은 집에서 음식 만들고 차례 지낸 다음 집에 돌아와 마누라랑 싸운다고. 아무튼 이번 추석에는 조상 원망하지 않고, 부부가 다투고 이혼도장 찍는 일 없었으면 한다. 보름달 위에 앉아 계신 조상님이 내려다보신다.
 
* 초상권 시비 우려 가능성 때문에 합성사진에 외국인을 넣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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