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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러시아6

여름 궁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를 벗어나 달린다. 한적하기 그지없는 초원지대를 거침없이 내달리는 버스는 한 마리 야생마 같다. 산이라고 생긴 건 하나도 없다. 그러더니 가로수가 아름다운 길로 접어든다. 여름 궁전에 도착한 모양이다. 현지 가이드인 리나 김이 서두른 덕분에 매표소가 별로 붐비지 않은 시간에 도착한 것이다.  패키지여행 동선은 여행사마다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유명 관광지마다 붐비기 마련이다. 불과 몇 분 차이로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차이 난다. 늦게 입장하면 그만큼 일정이 늘어져 시간에 쫓기게 된다. 이런 이유로 경험 없는 가이드를 만나면 여행객들은 피곤하다. 그런 면에서 리나김은 여자이지만 베테랑 가이드다.운이 따른다. 모처럼 파란 하늘이 우리를 반긴다. 모스크바에선 이런 하늘을 볼 수 없었다.. 2024. 7. 19.
모스크바의 심장 '크렘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크렘린 입구는 한가해 보였다. 이윽고 한 사람씩 소지품 보안 검색을 마치고 통과시켰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크렘린으로 연결된 육교를 건너자, 양쪽은 성벽 형태 난간이다. 약간 가파른 그 다리를 100m쯤 올라가니 큰 아치 모양의 문이 나왔다. 들어가는 방향에서 볼 때 아치 모양 문 왼쪽에 검은 군인 제복에 노란 벨트를 한 군인이 차렷 자세로 서 있다. 무릎까지 올라온 군화를 신고 오른손에 총을 쥔 모습이 군기가 바싹 든 모습이었다. 아내에게 경비병 옆에 서 있으라 하고서 카메라를 들이댔다. “찰칵.” 드디어 베일에 가려졌던 크렘린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하늘은 좀처럼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치형 문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흰색 건물(인민대회장 : 현재는 국제회의장이나 제2의 볼.. 2024. 2. 5.
푸시킨의 ‘사랑과 전쟁’ 가이드는 투어 버스 안에서 다 하지 못한 푸시킨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푸시킨은 러시아의 국민으로부터 추앙받는 시인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불행한 삶을 마감했다. 가이드는 그가 귀족 집안의 명예를 지키려고 결투를 벌이게 된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말하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내 곤차로바와 당테스가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남녀 간의 사랑 문제는 복잡하다. 질투와 시기가 있고 예기지 못한 삼각관계가 얽혀 있기 마련이다. 푸시킨은 러시아 상류층에서 미인으로 소문난 곤차로바에게 청혼했다. 그녀 나이 당시 18살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13살 연상이었던 남성과 사별한 경험이 있었다. 그녀의 집안은 이미 몰락해 곤차로바를 돈 많은 남자에게 결혼시켜 위해 애쓰고 있었다. 이 때문에 양쪽 집안의 어머니 모.. 2024. 2. 2.
모스크바에서 만난 소녀를 생각하며 모스크바는 산을 볼 수 없는 도시입니다. 유일하게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해발 80m인 참새 언덕입니다. 모스크바강을 끼고 있는 시가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건축물이 모스크바 올림픽 주 경기장이고, 강은 숲에 가려져 안 보입니다. 참새 언덕 도로변 맞은편에 모스크바 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참새 언덕은 대문호 톨스토이의 명작 에서 나폴레옹이 이 언덕에 올라와 모스크바 시내를 내려 보는 장면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명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때마침 어린 학생들이 모여 있어 가 보았습니다. 딱 보기에 요정 같은 소녀가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니까 살짝 미소를 지어 줍니다. 소녀의 얼굴이 모나리자를 떠올리게 할 만큼 아름답게 보.. 2023. 7. 25.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 아르바트 거리에 도착했다. 이 거리는 러시아의 문화와 예술을 상징하는 곳으로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에 비교되는 곳이다. 도스토옙스키, 고골리, 차이콥스키, 푸시킨이 살며 문학과 낭만을 풍미했던 거리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아르바트”는 아랍어의 “라바드”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시장’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가이드는 전했다. 그가 거리 초입에 있는 푸시킨의 동상과 맞은편 신혼집을 설명하며 푸시킨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푸시킨의 사랑에 얽힌 남자들의 결투 내용이었다. 그는 4번의 구애 끝에 18살의 아리따운 ‘곤차로바’와 결혼하는 데 그리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 것 같지 않다. 아내의 바람기가 결혼생활을 불행으로 이끌었다. 행복도 잠시, 아내 ‘곤차로바’는 바람기가 많아서 많은 남자를 거느리며 사교계에서 유명.. 2023. 3. 14.
성 바실리 성당 무명용사 묘 관람을 끝내고 다시 국립역사박물관 광장으로 나왔다. 건물 앞에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을 격퇴하고 모스크바를 방어한 러시아 영웅 주코프 장군 동상을 지나 오른쪽, 경사진 도로를 올라갔다. 왼쪽에 모스크바 국립역사박물관을 끼고 걷는다. 또 다른 광장이 보이면서 공사용 가림 막 뒤로 성 바실리 성당이 시야에 들어왔다. 와! 하고 감탄사가 터져 나와야 하는데 이런 된장. 하필이면 공사가림 막이 가려져 성당 모습이 안 보였다. 기대감이 슬며시 뒷걸음친다. 광장 왼쪽으로 굼백화점 건물이 베르사유 궁전처럼 웅장한 모습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오른쪽은 크렘린 붉은 성벽이 광장을 지키고 있다. 여기가 ‘붉은 광장’이다. 그런데 왜 ‘붉은 광장’일까? 공산주의 국가 상징이라서 그럴까. 아니란다. 아니면 붉.. 2023.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