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은 여행이다/러시아

성 바실리 성당

by 훈 작가 2023. 3. 7.

 

무명용사 묘 관람을 끝내고 다시 국립역사박물관 광장으로 나왔다. 건물 앞에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을 격퇴하고 모스크바를 방어한 러시아 영웅 주코프 장군 동상을 지나 오른쪽, 경사진 도로를 올라갔다. 왼쪽에 모스크바 국립역사박물관을 끼고 걷는다. 또 다른 광장이 보이면서 공사용 가림 막 뒤로 성 바실리 성당이 시야에 들어왔다.
 
와! 하고 감탄사가 터져 나와야 하는데 이런 된장. 하필이면 공사가림 막이 가려져 성당 모습이 안 보였다. 기대감이 슬며시 뒷걸음친다. 광장 왼쪽으로 굼백화점 건물이 베르사유 궁전처럼 웅장한 모습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오른쪽은 크렘린 붉은 성벽이 광장을 지키고 있다. 여기가 ‘붉은 광장’이다.

그런데 왜 ‘붉은 광장’일까? 공산주의 국가 상징이라서 그럴까. 아니란다. 아니면 붉은 벽돌을 쌓아서 진짜 Red의 뜻으로 그렇게 표현한 걸까. 사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옛날 러시아에서 '붉다'라는 말은 '아름답다'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그 단어가 시간이 흐르면서 '아름답다'는 의미 대신 지금의 '붉다'라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붉은 광장’은 러시아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로 성 바실리 성당과 함께 러시아의 대표적인 명소로 꼽힌다. 

마치 아이스크림 모양과 같기도 하고 양파 모양 같기도 하다.  돔 형태의 지붕을 한 성 바실리 대성당은 광장의 끝 쪽에 나름 멋지게 뽐내듯 우리를 내려다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공사가림 막인지, 행사장 철골 구조물 같은 것이 성 바실리 대성당의 아래쪽 반은 가리고 있었다. 어쨌든 가까이 가서 성당 모습을 보아야 감동이란 단어를 꺼낼 수 있는데.. 하며 걷는다. 광장 앞쪽에서 멋진 전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설렘 반 흥분 반이 뒤섞여 두근거린다. 최대한 빠른 보폭으로 걸었다. 가까워질수록 내 안에 억누르고 있던 감탄사가 삐져나오려고 꿈틀거렸다. 나는 끝내 그걸 막지 못하고 토해 냈다. 와~아! 성당이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아름답다. 그냥 그 한마다 이외에는 달리 형용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바실리 성당은 단일 토대 위에 모여 있는 아홉 채의 독립된 예배당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모두가 중앙의 첨탑을 둘러싸고 배열되어 있다.

현지가이드가 입을 열었다. 이 성당은 러시아 황제로 악명 높은 ‘잔혹한 황제’ 차르 이반 4세에 명령에 따라, 1555년에서 1561년까지 그가 카잔의 타타르 칸 국(kan 國)을 정벌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하는데. 결정적인 승리를 거둔 날은 마침 ‘성모의 전구(轉求) 축일’이었으므로, 성당의 원래 이름도 이렇게 지어졌다고 한다. 이후에는 유명한 성인인 '그리스도에 미친 바실리' 란 이름을 붙여 성 바실리 대성당이라 알려졌다. 성당의 원래 디자인은 여덟 개의 예배당이 별 모양으로 배열된 구조였다. 이반 4세의 아들인 차르 표도르 이바노비치가 1588년 성 바실리의 유해를 안장하기 위하여 아홉 번째 예배당을 추가로 지었는데, 그는 예전에 이 부지에 있던 성당에 안장되어 있었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이반 4세는 이 성당이 완성된 후 앞으로 성 바실리 대성당의 아름다움에 필적하거나 똑같은 건물을 다시 설계하지 못하도록 건축가 ‘포스트니크 야코블레프’의 눈을 뽑아 버렸다고 한다.
 
권력은 잔인하다. 권력의 권위를 지키려는 탐욕이다. 권력은 인간의 존엄과 무관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정치적 동물이라 한다. 권력은 인간이 만들어 낸 최고의 탐욕이다. 왜 인간은 권력을 탐하려 하는가. 권력을 쟁취한 인간은 왜 하나같이 왜 인간을 굴종시키고 지배하려 하는가. 아마도 권력을 잡는 순간부터 인간이 지닌 악마의 본성 때분인지 모르겠다. 이 때문에 우린 선한 권력을 보기 힘든 것 같다. 그나마 민주주의란 질서를 만들어 그걸 통제하기 때문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한 때 성당도 권력의 상징이었던 때가 있었다.  권력이 존재하는 한 인간은 끊임없이 싸울 수밖에 없는 존재다.
 
성당을 구경하고 뒤로 빠져나오니 전체 보습이 보인다. 아쉽지만  그 모습이라도 찍을 수밖에 없다. 바실리 성당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투어버스로 향했다. 

 
(모스크바에서)

'인생은 여행이다 > 러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 궁전  (113) 2024.07.19
모스크바의 심장 '크렘린'  (176) 2024.02.05
푸시킨의 ‘사랑과 전쟁’  (192) 2024.02.02
모스크바에서 만난 소녀를 생각하며  (10) 2023.07.25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  (0) 2023.03.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