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은 여행이다/러시아

모스크바의 심장 '크렘린'

by 훈 작가 2024. 2. 5.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크렘린 입구는 한가해 보였다. 이윽고 한 사람씩 소지품 보안 검색을 마치고 통과시켰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크렘린으로 연결된 육교를 건너자, 양쪽은 성벽 형태 난간이다. 약간 가파른 그 다리를 100m쯤 올라가니 큰 아치 모양의 문이 나왔다. 들어가는 방향에서 볼 때 아치 모양 문 왼쪽에 검은 군인 제복에 노란 벨트를 한 군인이 차렷 자세로 서 있다. 무릎까지 올라온 군화를 신고 오른손에 총을 쥔 모습이 군기가 바싹 든 모습이었다.

아내에게 경비병 옆에 서 있으라 하고서 카메라를 들이댔다. “찰칵.” 드디어 베일에 가려졌던 크렘린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하늘은 좀처럼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치형 문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흰색 건물(인민대회장 : 현재는 국제회의장이나 제2의 볼쇼이 극장으로 사용)이 보였다. 건물 중앙상부에 공산당 상징의 노란색 문양이 걸려있고, 또 다른 쪽 붉은색 건물의 초록색 지붕 꼭대기에 붉은 별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자리 잡고 있다. 

성벽에 검은색 복장의 군인도 보였다. 파스텔 톤 노란색 건물(옛날 무기고)에 초소가 보였고, 경비병 한 명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길을 건너 안쪽으로 들어갔다. 5월의 라일락 향기가 상큼하게 느껴졌다. 그 너머 멀리 보이는 붉은색 건물의 지붕 아래 벽에 붙어있는 시계가 오전 10:20분을 가리킨다.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 조금 더 안쪽을 향해 걸어서 또 다른 아치형 문을 통과했다.

하얀색 건물에 지붕은 양파 모양의 둥근 돔이 3개가 보였다. 가운데 돔은 조금 더 크면서 황금색을 띠고 있다. 대천사 사원 건물이다. 둥근 돔이 5개인데 정면에서 보면 3개만 보인다. 대천사 사원은 러시아군의 수호천사인 미가엘 천사 장을 위해 세웠다. 모스크바 공국의 대공과 봉건 제후들 그리고 초기 러시아 제국 황제들의 무덤으로 이용되고 있다. 대천사 사원이 류릭 왕조와 로마노프 왕조의 무덤으로 이용한 것은 이반 1세가 처음이다. 

건축양식을 보면 고대 러시아와 이탈리아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룬다. 전면양식은 전형적인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모습으로 코니스(돌림띠)가 벽을 2단으로 장식되어 있다. 하단은 아케이드 모양이고, 상단은 패널 모양이다. 아치형 지붕은 조개껍데기 모양의 하얀 돌로, 벽기둥은 아름다운 조각 무늬가 있는 기둥머리로 장식되어 있다. 서문 중앙의 아치형 다락은 메달처럼 작고 둥근 창문으로 서문과 북문은 식물 문양의 조각된 하얀 돌로 장식되어 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사진 촬영 금지다. 내부는 화려한 황금색이 많았다. 묘비 초상화는 이 사원에만 있다고 한다. 내부에 있는 초상화는 모스크바 공후들과 봉건 제후들의 묘 위에 그려져 있는데 실제 모습이 아니라, 추정하여 그린 것이라고 한다. 초상화 중에는 이반 칼리타 공도 있다. 그리고 각각의 초상화 위에는 그들의 수호성자가 그려져 있다. 가이드 설명이 끝나고 밖으로 나왔다. 

성모승천 사원으로 갔다. 성모승천 사원은 러시아 최고의 사원으로 모스크바 대주교와 총 주교들의 시신을 모신 사원이다. 이곳은 수 세기에 걸쳐 러시아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의 증인이 되어왔고 여기에서 국왕들의 대관식이 치러졌으며, 정교회 총 주교들이 선출되었다. 전쟁에 앞서 승리를 기원하는 기도회를 열었고, 승리한 뒤에도 감사하는 기도회를 치렀으며, 국가문서 및 명령서를 발표하였고 대주교와 총주교의 장례도 치른 곳이다. 

성모승천 사원 건물은 대천사 사원과 비슷해 보였다. 양파 모양의 돔 지붕이 모두 황금색인 것이 달랐고, 기둥 모양과 벽체에 띠를 두르지 않은 것이 눈으로 보이는 차이점이다. 내부는 사각기둥이 아니라 원형 기둥이었다. 또 아치형 천장들의 높이를 똑같이 만들었고 성가대 자리까지 없애 전체적으로 넓게 보였다. 기둥은 내부를 12개의 정사각형 공간으로 구분하고 있다. 사원 동쪽은 처음에 분리했지만, 17세기 때 현재의 5단 성화 벽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비밀의 정원이란 곳으로 이동했다. 튤립꽃으로 단장된 정원이 보였다. 빨간색, 노란색, 그리고 짙은 보라색과 빨간색을 섞여 있는 튤립화단이 조성되어 있다. 그 뒤로 넓은 광장이 보였다. 그런데 정원의 이름이 ‘비밀의 정원’이란다. 왜 ‘비밀의 정원’이지. 무슨 비밀이 있을까? 공산주의 국가 종주국인 러시아스러운? 이름이다. 그보다 정원 너머로 보이는 대통령 집무실이 더 호기심을 끈다. ‘푸틴’의 집무실이란다. 

다시 가이드가 우리를 불러 모았다. 커다란 종 앞으로 모여 그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황제의 종’이라고 하는데, 세계에서 제일 큰 종이란다. 무게가 무려 220톤, 높이가 6.14m, 지름이 6.6m라니 놀랍다. 큰 것을 좋아한다는 러시아 사람답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 귀퉁이가 깨져있다. 깨져 떨어져 나온 조각의 무게가 무려 11.5톤이다. 종의 표면에는 이바노프 여제의 초상 등 로마노프 황제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그러나 종은 쳐야 소리가 나고, 쳐야 맛이 난다. 크든 작든 그렇다. 그러나 여기 종은 깨져있다. 주조 과정에서 화재로 불을 끄려고 찬물을 뿌리다 깨졌다고 한다. 명색이 종인데 종으로서 한 번도 울리지 않는 종이 되어버린 셈이다. 애석한 일이다. 이름값도 하지 못하는 종 신세가 된 종은 이미 황제의 종이 아니라, 머슴 종도 못 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정말 ‘웃고픈 얘기나 다름없다. 종에 얽힌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이어 우리는 황제라는 이름이 붙은 ’황제의 대포‘의 대포 쪽으로 이동했다. 1586년 만든 청동 대포인데 5.34m, 구경 890mm 무게 40톤인 세계 최대의 대포란다. 원래 대포는 크렘린을 방어하기 위하여 제작되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발사된 적이 없단다. 또 웃음이 났다. 단지 황제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한 상징적인 역할만 하고 있다. 황제의 대포는 대포알과 함께 전시되어 있으며 이반 대제의 종루 근처의 앞에 놓여 있는 포탄은 장식용에 불과하다.

크렘린 투어는 성모승천 사원, 대천사 사원과 비밀의 정원을 거쳐, 황제의 종과 황제의 대포(이반 대제 종루) 앞에서 마무리되었다. 이반 대제 종루 중앙의 높이 100m에 종탑이 서 있는데, 이 종탑이 서 있는 자리가 모스크바의 정중앙에 해당한다고 한다. 적이 침입하면 종탑에 있는 21개의 종이 일제히 울렸다고 한다. 하얀색의 건물이 제법 그럴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이반 대제의 이름은 ‘이반 3세 바실레비치’로 황제 중의 황제라는 의미로 후세에 부쳐진 이름이다.


한때 러시아(옛 소련)는 철의 장막으로 불렸다. 이 말은 처음 쓴 사람은 나치 독일의 괴벨스였다. 이후 윈스턴 처칠이 전시내각 연설에서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어쨌거나 이데올로기 장벽은 무너졌다. 그렇지 않았다면 모스크바에 여행을 온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크렘린을 둘러보았다. 오늘 밤 우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간다. 여행이란 설렘이 지나가면 아쉬움이 남는다. 모스크바 여행도 그럴 것이다. 분명 다시 온다는 기약은 없다. 인생이란 여행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여행이다 > 러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 궁전  (113) 2024.07.19
푸시킨의 ‘사랑과 전쟁’  (192) 2024.02.02
모스크바에서 만난 소녀를 생각하며  (10) 2023.07.25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  (0) 2023.03.14
성 바실리 성당  (0) 2023.03.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