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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난 소녀를 생각하며

by 훈 작가 2023. 7. 25.

모스크바는 산을 볼 수 없는 도시입니다. 유일하게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해발 80m인 참새 언덕입니다. 모스크바강을 끼고 있는 시가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건축물이 모스크바 올림픽 주 경기장이고, 강은 숲에 가려져 안 보입니다. 참새 언덕 도로변 맞은편에 모스크바 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참새 언덕은 대문호 톨스토이의 명작 <전쟁과 평화>에서 나폴레옹이 이 언덕에 올라와 모스크바 시내를 내려 보는 장면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명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때마침 어린 학생들이 모여 있어 가 보았습니다. 딱 보기에 요정 같은 소녀가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니까 살짝 미소를 지어 줍니다. 

소녀의 얼굴이 모나리자를 떠올리게 할 만큼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이런 모습을 지키지 못합니다. 사진 속의 소녀가 성숙한 여인이 되어도 천사의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미소를 잃지 않고 산다면 가능할 겁니다. 그만큼 미소가 좋은 얼굴, 좋은 인상을 만듭니다. 
 
사람을 처음 만나면 얼굴부터 보게 됩니다. 그 순간 느끼는 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게 됩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얼굴이 제일 중요합니다. 좀 더 보태면 외모, 표정, 제스처 일 겁니다. 80% 차지합니다. 그 외 목소리, 말하는 자세 13%, 나머지 7%가 인격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제일 중요한 것 같은 인격이 7%밖에 안 됩니다. 

얼굴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 폰 문화의 대중화로 MZ 세대를 중심으로 SNS에 자신의 사진을 프로필이나 블로그에 올리는 셀카 마니아들이 많습니다. 물론 자기애의 표현이니 뭐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게 '얼굴'이고, 이를 통해 우리는 기억하고 인연을 만듭니다. 

‘얼굴’은 얼(영혼)이 드나드는(통하는) 통로(굴)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의 얼굴은 마음이 움직이는 상태에 따라 그때그때 변하죠. 감정이란 게 변화무쌍하니까요. 이 모든 게 영혼을 움직이고 나왔다 들어왔다 하며 나타나는 곳이 얼굴입니다. 인간은 신의 모습을 닮은 천사의 얼굴로 태어나지만 어른이 되면서 그 모습이 점점 사라집니다.

특이한 점은 사람은 친밀도, 중요도 등에 따라 선택적으로 필요한 얼굴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뇌에서 선택받지 못한 얼굴은 기억하지 못하고 만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혈연, 지연 및 사회적 관계의 중요도에 따라 뇌에서 인지하고 기억하는 정해진다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든 좋은 인상으로 상대의 기억 속에 오래 남길 바랍니다. 얼굴은 자신이 살아온 삶 자체이자 전부입니다. 잘생긴 얼굴은 부모로 받지만 좋은 인상은 스스로 만듭니다. 한때는 잘생긴 얼굴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인상을 가진 얼굴이 더 멋진 삶을 산 사람입니다. 우리 인생 여정에 미소 짓는 얼굴로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얼굴은 성형할 수 있지만, 마음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저도 미소를 지어 봅니다. 사진 속의 소녀만큼 아름답지는 않지만 보면서 자꾸 다짐해 봅니다. 영혼이 드나드는 마음의 얼굴이라도 항상 미소 지으며 살 수 있도록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생각하고, 하루 한 번 거울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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