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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봄 마중 가는 길

by 훈 작가 2026. 3. 25.

겨울이 끝난 길에서 너를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나왔다. 계절이 지나간 길을 거꾸로 걷기 시작했다. KTX 타고 왔으면 벌써 오고도 남았을 텐데. 아직도 환승역에서 기다리고 있나? 생각했다. 도심의 거리엔 너의 모습이 없다. 뿌연 미세먼지 속 잿빛 하늘은 여전히 네가 오는지 안 오는지 오리무중이다. 이따금 스치는 바람이 이제 겨울이 아님을 느끼게 할 뿐이다. 어쨌든 빨리 마음으로 널 안고 보고 싶다. 그래서 무작정 시동을 걸고 빌딩 숲을 빠져나왔다. 도심을 벗어나 도착한 고즈넉한 산골 마을, 그림자조차 안 보인다. 이방인을 경계하는 개 짖는 소리만 마을 돌담길에 메아리친다. 마을을 벗어나 야트막한 언덕을 지나 산모퉁이 길에 들어섰다. 거기에 네 모습이 보였다. 연초록의 파티복을 갈아입고 한가로이 산바람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너. 드디어 봄은 그대가 되고 나의 연인이 되어 행복한 시간을 나눈다. 우리는 곧바로 함께 걷는다. 그리고 모퉁이 길을 돌아서자마자 격하게 너를 끌어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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