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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마음을 무겁게 한 사진 한 장

by 훈 작가 2026. 3. 31.

무심히 지나쳤던 장면입니다.

 

구부정한 허리로 폐종이상자를 줍는 노인들, 어떤 할머니는 유모차보다 작고 조그만 바퀴가 두 개 달린 장보기 수레에 신문 뭉치나 동네 슈퍼에서 버린 과자나 라면 상자 등을 접어 얹어 끌고 다니고, 어떤 할아버지는 손수레(리어카)를 끌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폐종이 상자를 접어 발로 밟은 다음 차곡차곡 쌓아 담는 걸 보곤 했습니다.

 

저렇게 모아 벌면 하루 얼마나 될까, 생각하며 안쓰럽게 보인 나머지 시선을 돌리곤 했죠. 그러다 폐지를 가득 싣고도 모자라 자신의 키보다 높이 쌓아 올린 다음 끈으로 얼기설기 묶어 맨 채 손수레를 끌고 차도로 걷는 걸 보면 행여 교통사고나 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 노인들에게 사는 게 도대체 뭔지 볼 때마다 마음이 짠했습니다.

 

사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그들이 처연하단 생각이 듭니다. 살아온 세월의 무게만큼 하루하루 성치 않은 몸으로 폐지를 줍는 노인들에게 과연 삶의 희망이 무얼까. 희망이란 단어가 있기나 할까. 직장을 퇴직하고 난 뒤 생계유지가 어려운 외로운 노인들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사는 취약계층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노인분들이 도심의 거리를 배회하며 폐종이상자를 주워야만 먹고살 수 있는 세상, 어쩌면 우리는 잔인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선진국이라면 이런 노인분들을 배부르지는 않더라도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제대로 먹고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세상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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