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낭은 한강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미케 비치가 있고, 서쪽은 중심가와 주요 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휴양 목적으로 온다면 바다 쪽 해변이나 썬짜 반도의 고급 리조트가 좋다. 하지만 현지인들의 삶을 보고 싶다면 시내 쪽 호텔을 이용하는 게 낫다. 실제로 출퇴근 시간대 한강의 다리를 오가는 오토바이의 행렬을 보면 이 도시의 활력을 실감할 수 있다.
날씨 때문인지 모르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이른 아침 문화가 발달했다. 대부분 보통 오전 4~6시에 일과를 시작하는데 이에 맞춰 유치원도 일찍 문을 열고 학교도 7시에 첫 수업을 시작한다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일반 회사도 빨라서 오전 7시~ 8시까지 출근해 오후 4시~5시면 대부분 퇴근하고, 식당도 대부분 이에 맞춰 새벽에 문을 연단다.

투어 마지막 날이다. 호텔에서 체크아웃한 후 미케 비치 해변 인근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연이어 쇼핑 일정을 소화했다. 패키지여행에서 피할 수 없는 코스라며 가이드도 양해를 구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일정에 나와 있는 곳은 하나도 빠짐없이 들러야 나중에 이러쿵저러쿵 고객으로부터 클레임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첫 일정은 다낭 성당이다. 그런데 일정에 없는 곳을 갈 수 있도록 자유 시간을 줄 예정이란다. 그곳이 한 시장이었다. 다낭 성당 인근에 있는 데다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 있어 즐겨 찾는 곳이란다. 한국으로 치면 남대문 시장 같은 곳이니 쇼핑할 사람은 하고, 관심이 없는 사람은 그냥 한 번 구경삼아 둘러보란다.

다낭 성당은 구경하는 데 15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오히려 시간이 남아 지루하게 느낀단다. 그냥 바로 다음 코스로 갈 수도 있는데 그간 경험상 한 시장을 구경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 다낭에 오면 가이드 재량으로 일정에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한단다. 결론은 한 시장을 추가해 일정에 넣는다는 얘기였다.
우린 한강 변에서 내려 걸어서 다낭 성당으로 이동했다. 주차장이 없어서다. 성당 도착해서도 가이드 설명은 짧게 끝났다. 건물은 핑크색이다. 다낭 대교구의 주교좌 성당으로 현재 건물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인 1923년에 지어진 중세 고딕양식이다. 성당은 프랑스 사제 발레(Vallet)가 설계했단다.

연분홍빛 건물 외관과 70m 높이의 첨탑 꼭대기에는 수탉 모양의 풍향계가 있다. 그래서 수탉 교회로도 불린다. 예수님이 잡혀갔을 때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닭이 울기 전에 3번이나 자신을 부인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실제 베드로는 3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했는데 이 일로 수탉은 베드로의 약한 믿음을 말해줌과 동시에 ‘회개’의 상징이 되었단다.
성당 구경이 끝나고 바로 시장으로 향했다. 가이드에 따르면 다낭을 찾는 관광객 3명 중 한 사람은 한국인이란다. 그만큼 한국인 이많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현지 상인들도 한국어가 능통하단다. 그가 만날 장소와 시간을 알려 주고 길 건너 환전소 부근에서 쇼핑하고 약속 시간에 맞추어 오란다.

시장에 가면 일반 서민들의 삶이 보인다. 서울의 남대문이나 동대문 시장처럼 말이다. 여기도 마찬가지다. 우리 일행의 대부분 여성들은 한 시장 방문을 반겼다. 그러나 남자들은 시큰둥 하는 표정 그 자체였다. 총 18명 중 12명이 부부다. 나머지 6명은 모녀팀, 가족팀이다. 주부들이 많다 보니 시장 구경을 싫어하는 기색이 안 보인다.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선 시장 구경이었다. 한눈에 봐도 외관상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은 건물이다. 그럼에도 한 시장 주변은 특유의 분위기와 활기가 넘친다. 우선 넘치는 인파로 북적인다. 신호등을 기다리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건 역시 오토바이다. 조금 무질서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구경삼아 시장 1층에 들어서자 역겨운 냄새가 진하게 코를 찌른다. 그런데 정작 이곳 사람들은 좋아한단다. 꾹 참고 아내와 같이 2층 의류 상점이 즐비한 곳으로 올라갔다. 젓갈 냄새 비슷한 향기 코를 막아 숨쉬기가 힘이 들 정도다. 이 때문에 아내가 내려가자고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여서 얼른 발길을 돌렸다.
'한 시장'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인 1940년대 문을 열었다. 오징어 같은 건어물부터, 해산물, 육류, 식자재, 의류, 가죽 제품, 가방 등을 판매하는 종합시장이다. 1, 2층 개방형 건물로 돼 있는데, 물건을 사고파는 현지인들의 활기를 느껴볼 수 있다. 부근에 유명한 '콩카페(Cong Caphe)'가 있다는데 거기까진 가보지 못했다. 아수움이 남는다.

쇼핑에 관심 없는 나는 주변을 오가며 다양한 삶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씨클로에 앉아 끼니를 때우는 사람, 꽃 파는 여인, 흥정하는 장면 선글라스를 메고 다니며 파는 여인 등 여러 사람을 몰래카메라 찍듯 셔터를 눌렀다. 생각난다. 6~70년대 우리도 저런 삶의 모습을 거치며 살았던 시절이.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 때다.
사람을 주재로 사진을 담았다. 물론 몰래카메라다. 한국처럼 초상권 시비 염려는 없으나 그래도 개인 프라이버시를 의식해 조심스럽게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눌렀다. 순수하게 사람이 주제인 사진을 찍은 셈이다. 사람이 주제가 된 사진은 뭔가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한다. 한 시장 투어는 내게 그런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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