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일정은 한강 야경 투어다. 여행 일정에는 ‘다낭 한강 크루즈’라고 설명되어 있다. 유람선을 타고 다낭 중심을 흐르는 강을 따라 야경을 감상하는 투어다. 선착장이 있는 노보텔 호텔 앞에서 출발하여 송한교, 용 다리(롱교)를 지나서 트란티리 다리까지 갔다 돌아오는 코스로 대략 50분~1시간 걸린다.
다낭 여행 후기를 읽어보면 이곳의 매력에 벗어날 수 없을 거라며 놓치지 말아야 할 투어이니 꼭 경험해 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과연 그럴까? 물론 그게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다낭 도착 호텔 객실 발코니에서 본 야경을 보고 감탄사를 꺼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럽 3대 야경을 다 보았다. 특이했던 것은 다 강을 끼고 있는 도시였다. 파리는 센강, 부다페스트는 도나우강, 프라하는 블타바강이다. 여기엔 유럽 특유의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강물이 조화를 이루면서 멋진 야경을 만들어 낸다. 도나우 강변의 국회의사당, 센강의 에펠탑, 블타바강의 프라하성은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낭의 야경이 어떤 매력을 뽐낼지는 너무 뻔하다. 하지만 폄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도나우강의 황금빛 야경, 에펠탑을 중심으로 한 빛의 아름다움, 블타바강의 카를교와 프라하성이 연출하는 중세풍의 야경에 견줄만한 게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없을 듯싶다. 기껏해야 다리 조명과 용 다리 불 쇼이다.

어쨌든 야경이니까 멋진 사진을 찍어 볼 생각으로 선착장으로 가는 동안 강변 쪽을 눈여겨 살펴보았다. 오가는 유람선의 조명 빛이 강물을 적시며 유유히 일렁인다. 선착장 옆 주차장에 내려 보니 한국 여행사 표지판을 꽂혀 있는 버스가 연이어 들어오고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이 줄지어 매표소로 걸어가는 게 보였다.
거의 모든 유람선은 조명 빛으로 단장되어 있었다. 막상 타 보니 촌스럽기 그지없다. 타자마자 2층으로 올라가 자릴 잡았다. 오래된 듯한 배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허접한 테이블과 3명이 앉을 수 있는 의지가 있다. 기관실 뒤쪽도 마찬가지다. 구명조끼를 착용한 후 배가 출발하자 테이블마다 수박 3조각이 담긴 접시가 나왔다.

귀에 익숙한 한국가요가 스피커를 통해 퍼진다. 그러더니 댄서로 보이는 아가씨가 배 앞쪽으로 나와 음악에 맞추어 한동안 춤을 추었다. 관광객을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세련된 춤은 아니어도 우린 박수를 보냈다. 그녀가 조타실로 돌아가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키를 잡고 운전하는 선원과 웃으며 대화를 나눈다.
시선을 돌렸다. 야경의 주인공은 조명 빛에 빛나는 고층 빌딩들이다. 강물에 반영된 유람선 조명과 고층 빌딩이 만든 다낭의 밤이 춤춘다. 강에 설치된 각각의 다리도 야경을 연출하는데 조연으로 역할에 여념이 없다. 화려하지 않다. 낭만적인 분위기라 표현한다면 조금은 과장된 말일 것이다. 그저 소박한 다낭의 밤이다.

유람선을 스치는 밤공기가 선선하게 느끼며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눌렀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게 사진이 없다. 게다기 움직이는 배 위에서 찍는 사진이라 흔들림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 최대한 셔터 속도를 빠르게 세팅하고 누르는 게 최선이다. 그럼에도 움직임 속에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 집중해 셔터를 누른다.
세계 3대 야경(일본의 하코다테, 홍콩, 이탈리아 나폴리)으로 불리는 도시의 야경은 아직 구경하지 못했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항구다. 하코다테는 산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서 보는 전망대에서 찍고, 홍콩은 빅토리아 파크에서, 나폴리는 포실리포 언덕(또는 산 엘모 성)에서 촬영하는 야경이 끝내 준단다.

개인적으로 서울 야경도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후암동 하숙 시절 여름밤 남산타워 회전 전망대에서 맥주 한 잔 마시며 본 서울의 밤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굳이 해외에 가지 않더라도 멋진 야경을 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연인끼리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데 나름 좋은 명소라고 나는 생각한다.
야경 투어를 마치고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이드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한국인 가이드는 공항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란다. 가이드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 덕분에 편안하고 유익한 여행이었다. 다낭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이 조용하다. 해외여행은 늘 그렇다. 집에 돌아갈 즈음이면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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