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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동남아

짠했던 사진 한 장

by 훈 작가 2026. 5. 8.

점심식사 중

 

무심코 본 순간 흠칫했다. 차라리 안 보았으면 어땠을까. 저만치 걸어가다 다시 돌아와 이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내가 죄지은 양 조심스러웠다. 동의도 구하지 않고 셔터를 눌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진 속 주인공이 안쓰러워 보여 마음이 짠했다. 그의 삶이 어떤지 모르지만 측은해 보였다.

 

주인공은 자신이 몰고 다니는 듯한 씨클로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카메라에 담아야겠다는 생각부터 했다. 혹시나 알아차리면 어쩌나 싶어 딱 한 번만 셔터를 누르고 얼른 발걸음을 돌렸다.

 

오래전 시골장에서 본 장면이 생각난다. 겨울을 앞둔 늦가을이었다. 땅바닥에 자판을 깔고 나온 아주머니가 도시락을 먹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다. 찬밥에 김치 한 조각으로 점심 한 끼를 때우고 있었다. 알뜰살뜰 살려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도대체 사는 게 뭘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시골 장터의 여인처럼 어떡하면 한 푼이라도 아껴 살림에 보태 보려고 사진 속 주인공도 애쓰는 게 아닐까 싶다. 먹고사는 일, 두 글자로 생업이다. 그렇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엔 생각보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사람이 많다. 다낭 거리에서 만난 주인공의 삶에 웃음 가득한 일상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저씨! 힘내세요"

 

 

선글라스 사세요!

 

다낭 한 시장 주변을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눈에 띄는 행상 차림의 여인이 길 건너편에 보였다. 호기심 어린 내 시선이 그녀에게 꽂히고 말았다. 어깨에 짊어진 진열 판에 선글라스가 주렁주렁 걸려 있다. 농라(Nón Lá : 베트남 사람들이 쓰고 다니는 모자)를 쓴 그녀는 누가 봐도 거리를 누비는 행상이다.

 

길 건너편인 데다 사람이 오 가고, 수시로 오토바이가 지나다니다 보니 주인공을 카메라에 포착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일단 그녀가 이동하는 동선을 따라 나도 건너편 길에서 움직였다. 장애물이 없어야 주인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으니까 때를 기다려 기회를 잘 포착해 셔터를 누를 수 있다. 그렇게 10여 분을 추적하여 주인공을 담았다.

 

시장은 활기 넘치는 곳이다. 다양한 삶의 군상이 모여있다. 여행자의 시선은 우리의 일상과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사진 속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우선 주인공에게 사 가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소비자의 관점에선 판매하는 상품을 믿고 살까? 나 같은 소비자만 베트남에 산다면 안 살 것이다.

 

그녀를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하지만 셔터를 누르기까지 단 한 사람도 선글라스를 사는 사람이 없었다. 저렇게 해서 먹고살 수 있을까, 분명 먹고살자고 하는 일일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니 고달프게 시장 거리를 거닐며 다니는 주인공이 짠하게 느껴진다. 어찌되었든 마음속으로나마 응원해 주고 싶다.

 

아주머니! 선글라스 많이 파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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