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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여름에 눈이 내렸으면…

by 훈 작가 2026. 6. 3.

 

AI로 생성한 사진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눈이 내리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너무 더운 날씨라 뜬금없는 푸념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상상은 시공을 초월해 어디든 날아간다. 아날로그 시대에 낭만이 흑백 사진처럼 기억에 남아 있던 시절이 있었다. 고등학교 친구와 술 한 잔 기울이다 보면 추억을 소환해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땐 여름이 정말 싫었다. 대학시절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첫사랑과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이 부러워서다.
 
녀석들이 로맨틱한 여름 바다를 찾아 사랑을 즐길 때 난 놀부 같은 생각을 하곤 했다. 차라리 눈이 펑펑 내렸으면 하는 심술이 안에서 끓어올랐다. 애인 없는 설움을 감추고 그들의 로맨틱한 사랑을 질투했던 지난날의 이야기다. 아닌척하며 지켜보았던 녀석들의 사랑이 겨울이 되어 이별을 남기고 아픈 추억을 뜨거운 여름날 쓴웃음 지으며 내게 여름에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한 친구가 생각난다. 난 그 말의 의미를 몰랐다.
 
첫사랑이란 가슴을 떨리게 하는 심쿵한 말이다. 사랑, 겨울이라도 같이 있으면 추운 걸 모른다. 사랑은 계절이 없다는 걸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봄, 포근하고 초콜릿처럼 달콤하다. 여름, 두근거리는 심장이 달아오른다. 뜨거워지고 타오르는 열정은 용광로처럼 끓는다. 가을, 사랑의 낭만이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겨울, 서로 시린 손을 잡고 호호 불어 주기도 하고 부둥켜안으며 사랑이 더 돈독하게 만들어 주고, 고독이 뭔가를 깨닫게 해 준다.

AI로 생성한 사진입니다

겨울에 이별하는 연인은 사랑의 뜨거운 추억만 가득한 이기적인 감정에만 충실한 사람이다. 추위를 견디고. 서로 녹여줄 수 있는 사랑을 배우지 못한 탓이다. 그저 춥다고 하면서 옷만 여미는 사랑은 활짝 열었던 마음을 닫은 채 이별의 길을 걷게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사랑을 알 때쯤 깨닫는다. 따뜻하게 손잡아 주고, 안아주었어야만 하는데. 왜 이리 춥지, 하며 웅크린 자신을 탓한다. 때늦은 후회다. 
 
첫사랑, 왜 실패했을까? 뜨거운 여름, 사랑에 빠져있다 보면 겨울이 오는 걸 모른다. 감각적이고 격정적인 사랑은 불나방처럼  환락의 늪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맞은 겨울의 이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춥다. 떠난 사랑을 보내주지 못하고, 이별이 남기고 간 사랑을 못 잊어서다. 사랑을 받으려고만 한 이기적인 자존심 때문이다. 몰랐다고 아무리 변명한들, 내가 그땐 철없어서 그랬다는 핑계를 댄들, 겨울을 넘지 못한 사랑의 끝은 이별뿐이다.
 
여름은 사랑을 나누기 좋은 계절이다. 넘치는 젊음은 뜨겁다 못해 펄펄 끓을 수도 있다. 따뜻해야 할 사랑의 온도가 끓기 시작하면 임계점을 넘기 쉽다. 냉정이 필요한데 여름은 겨울과 달리 열정만 가득한 계절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랑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탄 것과 같은 질주 본능이 작동하기 쉽다. 차라리 눈이 내렸으면 조심조심 안전 운전하며 과속은 하지 않았을 텐데. 과속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때 친구가 뜬금없이 ‘눈이 내렸으면’ 하는 은유적 표현의 의미를 몰랐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누구나 꽃길만 걷고 싶은 사랑의 여정에서 추운 겨울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시간의 궤적에서 때론 역설적으로 눈이 내렸으면 하고 사랑의 가정법을 툭 던져 볼 때가 있다. 특히, 첫사랑이 그렇다. 그때 그 가정법의 언어는 뭔가 남에게 털어놓기 힘든 비밀스러운 아픔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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