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찬 공기가 살갑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하얗게 만발한 삘기 꽃이 장관이다. 순간 바람이 불면 어디선가 사자가 나타날 것 같고 얼룩말 무리가 튀어나올 것도 같다. 동물의 왕국에서 보던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초원 같은 착각을 불러오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풍경이다.
해마다 6월 초 삘기 꽃이 필 무렵 해가 뜨고 질 무렵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이곳은 사진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인 수섬이다. 이국적인 풍경은 가히 아프리카를 옮겨 놓은 듯하다. 이곳은 언제 찾아도 힐~링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탁 트인 초원에 들어서면 쌓였던 번뇌가 일순간에 날아간다.
햇빛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안개가 있어도 좋고, 구름이 잔뜩 낀 날도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곳이다. 그러나 가급적 일출이나 일몰 무렵에 오면 금상첨화다. 이때 만드는 풍경은 멀리서 보면 은빛 물결이 억새평원 같은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누구나 그 속으로 들어가면 영화 속에 주인공이 된다.

어쩌면 세렝게티라는 표현이 과장일 수 있다.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세렝게티가 떠오른다. 광활한 초원, 대한민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게다가 삘기 꽃이 만발한 수섬의 일출이나 일몰풍켱을 카메라에 담으면 세렝게티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찾게 된다. 다른 말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세렝게티’ 꿈꾸는 여행지 중 하나다. TV에서 본 동물의 왕국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한다. 때론 광활한 평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야생 동물의 무리가 보인다. 우기와 건기에 물과 풀을 찾아 대이동 하는 ‘누’와 ‘얼룩말’이 그 주인공이다. 그런 모습이 잠시 머리에 스치는 이유가 뭘까.
‘한국의 세렝게티’나 ‘한국의 사바나’로 불리기는 하지만 여기엔 동물의 왕국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없다. 대신 그 자리에 풍경을 쫓고 사진의 미학을 즐기려는 사람들만 초원을 누빈다.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초원은 말 그대로 꿈에서나 그려보는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뀡대신 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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