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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보리밭과 종달새

by 훈 작가 2026. 6. 12.

 

어릴 때 정말 궁금했었다. 하늘 높이 지저귀는 종달새(또는 종다리, 노고지리) 한 마리가 어디로 숨을지. 한참 동안 지지배배 하던 녀석이 보리밭으로 빛의 속도로 내려오더니 사라졌다. 나는 이때다 싶어 녀석이 어디서 집을 짓고 사는지 보리밭으로 들어가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녀석의 둥지를 찾을 수 없었다. 분명 보리밭으로 숨어들었는데.
 
그 시절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보리밭과 종달새는 정겨운 풍경이었다. 당시 난 동네 형들을 따라다니다 종달새 둥지를 한 번 본 적이 있다. 그게 보리밭이었다. 녀석은 교묘하게 둥지를 틀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기 어렵다. 녀석의 둥지는 마치 실타래를 풀어 만든 것처럼 머리카락 같은 마른풀을 엮어 만든 것이어서 지나치기 십상이었다.
 
한 번은 할아버지를 따라 보리밭에 갔다. 할아버지는 종달새가 하늘 높이 떠서 왜 지저귀는지 알려 주었다. 자기 영역에 들어온 침입자를 경계하는 행동이라 했다. 암컷이 보금자리에 있는 알을 포란할 때는 수컷이 똑같은 행동을 한다고 했다. 이때 암컷은 수컷이 보내는 신호를 소통하며 알을 품은 채 죽은 듯 둥지를 지킨다고 말씀하셨다.

놀라운 것은 녀석이 언제나 둥지로 바로 날아가지 않는단다. 20m 정도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내려와 천적들의 눈을 따돌리고 둥지로 가는데 이런 행동은 둥지를 지키려는 유인책이라는 것이다, 녀석들의 생존 전략인 셈이다. 번식기엔 5개 정도의 알을 낳는데 먹이로는 주로 들녘에 사는 곤충이나 해충이라고 하셨다.
 
종달새는 노랫소리는 정말 정겹다. 그런데 고향을 떠난 후 이제껏 단 한 번도 그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나마 보리밭 풍경을 볼 수 있는 건 다행이다. 하지만 녀석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다. 보리밭이 있는 그곳에 종달새가 있어야 봄 같은 봄인데 그게 아쉽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사라지는 정겨운 풍경이 너무 많다.
 
가끔 도심 번화가에서 ‘스카이락’이란 간판이 눈에 띈다. 카페나 레스토랑일 때도 있고, 당구장이나 볼링장일 때도 있다. 왜 스카이락이라 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아마도 고향의 보리밭이 생각나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종달새가 영어로 ‘skylark’이기 때문이다. 종달새는 간데없고 영어이름만 남은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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