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을 풀어 보면 느낌이 옵니다. '업신여길, 능(凌), 하늘, 소(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만 올라가는 꽃입니다. 정리하면 ‘하늘을 능가하는 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옛날 양반들이 좋아해서 ‘양반 꽃’이라고도 한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양반이 아닌 집에서 심으면 잡아가 곤장까지 쳤다고 합니다. 도대체 이 꽃이 뭐길래.
여름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꽃으로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꽃입니다. 녀석은 스파이더맨처럼 담장이나 높은 벽을 붙잡고 잘 올라갑니다. 게다가 옛 선비들은 이 꽃을 ‘양반 꽃’이라 부른 이유는 꽃이 통째로 떨어지는 특이한 모습에서 지조와 절개를 엿보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인지 꽃말도 ‘명예’, ‘영광’입니다.

눈여겨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겁니다. 봄꽃처럼 한꺼번에 확 피었다가 한꺼번에 확 지지 않는 모습을. 피고 지고 또 피는 능소화는 찬 바람 불기 시작할 때까지 반복합니다. 더욱 애처롭게 보이는 것은 꽃이 질 때도 시들어 추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동백꽃처럼 가장 아름다운 순간, 툭하고 꽃이 송이째 떨어져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능소화는 꽃이 가장 아름다울 때 생을 마감하고 떠나는 꽃입니다. 그 모습을 보노라면 시사하는 게 있습니다. 능소화는 꽃말에서 보듯이 ‘명예’를 잃지 않고 생명의 고결함을 간직한 채 이승을 버리고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떠나는 걸 아는 꽃이기에 눈길이 가는 꽃입니다. 속세의 중생처럼 악착같이 더 살려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청춘이 지나고 인생의 가을이 되면 생물학적 변화는 눈에 보이게 달라집니다. 젊음이 사라진 인간의 모습은 노화로 점점 시들어 가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퇴색하면서 추하게 변해 버립니다. 변할 수 없는 생로병사의 시간이 생명 속에 스며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름답게 늙어가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장미꽃이 시들면 어떻게 질까요? 추(醜) 합니다. 그렇게 늙어가고 싶은 사람 없습니다. 말해 뭐 합니까. 능소화는 바로 그걸 보여 줍니다. 추하지 않게 떠납니다. 시사(示唆)하는 점은 분명합니다. 나이 들어도 추하지 않게 품위를 지키는 거, 중요합니다. 꽃, 눈으로만 보지 말고 마음으로도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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