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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장편소설

별을 죽인 달(1)

by 훈 작가 2023. 6. 27.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회상(回想)

  만감(萬感)이 교차한다. 30년 세월이 지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조국을 등지고 떠날 때 다시는 이 땅을 밟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세상이란 게 내 마음 같지 않다. 차라리 여행을 떠나는 마음이라면 작은 설렘이라도 있으련만… 왠지 모르게 마음만 어수선하다.
  비행기가 뒤로 움직였다. 기내 창에 보이는 탑승동 건물 불빛이 멀어져 갔다. 기체가 활주로로 진입하기 위해 달렸다. 동체가 크게 원을 그리듯 선회하자 기내 창에 활주로 유도등 불빛이 잠깐 보이다 사라졌다. 이어 곧 이륙할 예정이니 안전벨트가 제대로 착용되었는지 점검해 보라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 
  비행기 엔진에서 뿜어대는 굉음이 크게 들렸다. 동체가 활주로를 빠르게 질주했다. 좌석이 뒤로 기울면서 하늘로 뜨는 느낌이 들었다. 반짝이는 San Francisco 야경이 기내 창 아래로 보였다. 기내 창을 닫고 좌석 옆에 붙어 있는 모니터를 올려 켰다. 화면에 조그만 비행물체가 태평양으로 향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Excuse me!” 
Susan이 여승무원을 불렀다. 
“ May I have a glass of white wine, please?”
“ Sure.” 
  여승무원이 작은 와인병과 잔을 가지고 왔다. 키가 늘씬한 여성이다. 와인을 받으며 샤를리즈 테론 닮았고 했더니 “Thank you” 하면서 스튜어디스가 미소를 지었다. 순간 그녀의 볼에 보조개가 예쁘게 나타났다. 금발에 파란 눈동자가 신비스러운 매력이 있어 보였다. 
  빈티지를 보니 「샤토 몬텔레나」였다. Susan은 비즈니스석 기내서비스라 좋은 와인인가 생각했다. 「샤토 몬텔레나」는 캘리포니아 와인은 1976년 한 와인시음회 블라인딩 테스트에서 전문가의 예상을 깨고 우승을 차지한 와인이다. 그때만 해도 와인 하면 프랑스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한 모금 마셨다. 와인 향이 향긋하게 입 안을 덮었다. 혀를 굴려 향이 골고루 퍼지게 한 다음 삼켰다. 와인이 몸을 따뜻하게 달구었다. 아몬드를 하나 깨물어 먹었다. 잔에 남은 와인을 다 마셨다. 착잡한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얼굴이 화끈거리더니 눈앞에 어른거리던 빛이 희미해지면서 잠이 들었다.
       
  눈을 뜨자마자 모니터를 켰다. 화면에 표시된 비행기가 일본 홋카이도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인천공항까지 2시간 50분 정도 남았다. 여행용 화장품 손가방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세면 후 보습 화장품을 발랐다. 거울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어찌 세월을 이기랴. 그래도 한때는 한국을 대표했던 미모였는데… 
  조식으로 나온 기내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심란한 마음속에 지난날의 그림자가 스며들어 왔다. 어린 Anna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그보다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었다. 처녀가 애를 낳아 혼자 키운다는 것은 형극의 길이었다. 너무 두려웠다. 아니 감당하는 것 자제하기가 지옥이었다.
  Susan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가족밖에 없었다. 어머니를 설득했다. 자신에게 2년만 시간을 주면 혼자 키울 테니 핏덩이를 돌봐달라고 애원했다. 어머니는 명석하고 총명했던 딸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속상해하셨다.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는 갓 태어난 아기를 호적에 올려 돌봐주셨다. 
  Susan은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다는 의대를 졸업했다. 당시 촉망받던 소아과 전문의였다. 단 한 번도 어머니 속을 썩이지 않았던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첫사랑의 문턱에서 실연(失戀)을 겪으며 어둠 속에 갇혔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종교적 신념이 강했다.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신앙이었다.
  조국을 등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삶이 없었을 것이다. 무늬는 한국인 이자만 영혼은 미국인이 된 지 오래다. 그녀는 오랜 세월 대한민국에 대한 애증을 간직하며 살았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미혼모로 조국에서 살아야 하는 운명을 거부했다. 심장 속의 대한민국에 대한 애증의 불꽃이 꺼지지 않는 이유이다.
  기내 창 가림막을 올렸다. 어둠 속에 희미한 구름이 보였다. 모니터에 표시된 고도 수치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20분 뒤 착륙할 거라는 기내 안내 방송이 들렸다. 공항에서 Anna를 만날 생각 하니 엔도르핀이 솟구치는 것 같았다. 5년 만에 만나게 되는 딸이다. 

 

* 이 소설은 약 100일간에 걸쳐 연재될 예정입니다. 습작으로 소설이란 장르에 처음 도전해 쓴 작품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소설이 뭔지도 모르고 11개월 동안 집필해 완성하긴 했지만 부족한 게 많습니다. 퇴고가 뭔지도 모르고 고치고 또 고쳤는데 독자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할 겁니다. 등단 작가가 아니니 널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언젠가 꿈이 이루어 질거라 생각하며  블로그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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