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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장편소설

별을 죽인 달(2)

by 훈 작가 2023. 6. 28.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재회(再會)

   입국장 문이 열렸다. 갑자기 공연무대에 오른 것처럼 한꺼번에 많은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딸을 찾느라 잠시 두리번거렸다.
“엄마! 여기야, 여기.”
마중 나온 사람들 사이로 딸이 보였다. 카트를 밀고 나가자 Anna가 달려들며 가슴팍에 안겼다. Susan은 딸을 안으며 격한 감정을 달랬다. 모녀는 이산가족이 상봉한 것처럼 서로를 안고 떨어지지 않았다.
“어디 우리 딸 얼굴 좀 볼까?”
“오랜만에 엄마를 보니까, 눈물이 다 나올 것 같아.” 
Susan이 Anna를 살짝 밀치며 얼굴을 봤다. 딸의 눈가에 살짝 이슬이 보였다. Anna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우리 딸 새벽부터 엄마 마중 나오느라 잠도 못 잤겠네.” 
“내가 보고 싶어 오라고 했는데 그깟 잠이 문제야.”
“엄마는 널 보는 것 자체가 행복이야.” 
“아빠는?”
“한 달 일정으로 유럽 출장 가셨어.”
  모녀가 인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Anna가 여행용 캐리어 2개를 실은 카트를 밀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동쪽 하늘에 여명이 물들기 시작했다. 3월의 새벽바람이 쌀쌀했다. Anna는 아침은 겨울 같은 날씨지만 해가 뜨면 완연한 봄이라고 말했다.
“호텔은?”
“H 호텔.”
“우선, 오피스텔로 가서 아침부터 먹고, 호텔은 오후에 체크인하면 되겠네.”
“식사는 제때 하니?” 
“굶지는 않아.” 
“네가 직접 해 먹는 거야?”
“반반이야.”
“반반이라니?”
“반은 해 먹고, 반은 Meal-kit 같은 걸로 적당히 해결해.”
“그럼, 요리 솜씨는 여전히 ‘꽝’이겠네?”
“완전 ‘꽝’은 아니야. 엄마! 다 왔어.”
주차장에 도착해 Anna가 트렁크를 열고 여행용 캐리어를 들어 넣었다.
“엄마! 뭐가 들었는데 이렇게 무거워?”
“궁금하니? 궁금하면 5달러!”
“웬 아재 개그.”
“썰렁했니?”
“닥터 신분에 좀 안 어울린다는 얘기지.”
Anna가 나머지 여행용 캐리어를 마저 넣고 트렁크를 닫았다. 
“엄마! 쇼핑백은 뒷좌석에 놔.”
Susan은 승용차 뒷문을 열고 들고 있던 쇼핑백을 뒷좌석에 올려놓고 문을 닫았다.
“엄마! 앞에 타.”

  승용차가 영종대교 쪽으로 달렸다. 새벽 시간이라 도로는 한산했다. Anna가 서울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라며 말을 꺼냈다. 
“한 번은 교차로를 통과하다 교통경찰한테 걸린 거야.”
“뭘 위반했는데?”
“나도 모르지.”
“교통경찰이 뭐래?”
“우회전 차선에서 직진했기 때문에 차선 위반이라며 운전면허증을 달래잖아.”
“그래서 딱지를 끊었니?”
“면허증을 달라고 하기에 주었지. 근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면허증을 갖고 함께 온 직속상관에게 가져가 뭔가 상의하고 다시 오더니 운전면허증을 돌려주며 다음부터 차선을 잘 지키라면서 그냥 가라는 거야.”
“딱지를 끊지 않고?”
“어, 다음 날 직원들한테 얘기했더니 청와대 다닌다고 ‘갑질’ 한 거 아니냐며 날 놀리더라고, 참 나 어이가 없어서… 난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은근히 기분 나쁘더라고. 그런데 옆에 있던 비서관이 면허증을 한 번 보여 달라는 거야. 보여주었지. 그 비서관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야. 왜 그랬는지 알아?”
“글쎄, 으-음. 잘 모르겠는데.” 
“정답은 미국 면허증이야.”
“미국 면허증이 왜?”
“내 면허증을 보자마자 범칙금을 어떻게 끊을지 당황했을 거라는 거지. 그래서 상관에게 가져가 상의한 결과 딱지를 끊을 방법이 없어서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거지.” 
“어머! 미국 면허증이 살려 준 거네.”
“엄마! 면허증도 Made in USA는 다른가 봐.”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30분 정도 지날 즈음 한강이 나타났다. 승용차가 방화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로 접어들었다. 동쪽에 아침 해가 뜨기 시작했다. 
“이모한테는 자주 연락하니? 
“난 안 하는데, 이모는 가끔 해.”
“그럼, 엄마 온 것도 모르겠네.”
“아마도.”
“아니, 어쩜 그렇게 무심하니?”
“타고난 성격이 그런 걸 난들 어떡해. 그나저나 거의 다 왔어. 내비게이션에 도착시간 13분 전이야.”
“오피스텔이 어딘데?”
“서울역 뒤쪽이야.”

“전망 좋지?”
“남산이 훤하게 보이네.” 
“서울역이 바로 코앞이고, 엄마 호텔도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야.”
“제법 한국 사람처럼 말하네.” 
“난 그래도 영어가 더 편해.”
“Anna야! 너 배고프겠다.”
“엄마는 배 안 고파?” 
“난 기내에서 먹었어.”
“그래도 내가 하는 거니까 드셔봐. 기대는 하지 말고.”
  Susan은 Anna가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오피스텔을 살펴보았다. 주거 공간치고 좁았으니 혼자 생활하기에는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성격상 대충대충 살 줄 알았는데 나름으로 정리 정돈이 깔끔하게 잘 되어 있었다. 
“Anna야!” 
“왜?”
“그래도 깨끗하게 해 놓고 사네.”
“엄마한테 한 소리할 까봐, 어제 대청소한 거야.”
“어쨌든.”
“그나저나 오피스텔이 좁아서 서울에 계시는 동안 엄마를 호텔에 머무르게 해서 미안해.”
“미안해할 거 없어. 난 너랑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게 불편해.”
“불편하다고?”
“잠버릇 만만치 않잖아.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옛날에 침대에서 떨어졌던 거 기억나니?”
“그건 어릴 적 얘기잖아.”
“넌 완전 사내 녀석 같았어, 이러다 시집이나 갈 수 있을까 할 정도였지.”
“그렇게 심했어? 그럼, 지금은 얌전해진 거네. 하하하”
Anna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사이 Susan은 창밖을 보았다. 남산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시선이 멈추었다. 침묵은 과거를 불러오는 과정이다. 지난 세월 속에 묻혀 누워 자고 있던 기억이 슬그머니 눈을 뜨며 일어났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다. 하지만 남산타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장소다. Susan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소다. 실연의 상처가 꿈틀거렸다. 짧은 순간 그녀의 뇌리에 잊고 살았던 흑백사진 한 장이 스쳐 지나갔다.
“엄마! 뭘 그렇게 바라보고 있어?”
“어, 아무것도 아니야.”
“얼른 와 식사해. 김치찌개만 내 작품이야. 반찬은 마트에서 사다 먹어.”
“어디 보자, 우리 딸 김치찌개 솜씨가 어떤지….”
“맛없다고 하면 밥값 받을 거야, 알아서 해.”
“엄마는 공짜로 먹고 싶은데.”
“근데 김치찌개는 언제 배웠어?”
“유튜브 동영상 보고 배웠어.”
“먹을 만한데. 아 참, 내 정신 좀 봐, 우리 딸 주려고 선물 사 왔는데.”
“선물?”
Anna가 환한 표정으로 엄마를 보았다. Susan이 Anna를 보고 웃으며 일어나 오피스텔 한쪽에 놓인 갖고 와 쇼핑백을 건넸다. 
“열어봐도 돼.”
“열어보고 기절하기 없기.” 
“와, 엄―마! 샤넬이네.”
“여자의 자존심은 핸드백인 거 알지.”
“고마워, 엄마!” 
“엄마는 널 강하게만 키우려고 했던 것 같아. 좀 살갑게 키웠어야 하는데… 이제부터라도 사랑을 많이 느끼게 해 주고 싶어.”       
  Susan은 Anna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딸은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다. 남자 못지않게 승부 근성도 있다. 그런 딸이 엄마를 보고 싶다는 건 힘들다는 뜻이다. Susan은 이미 운영을 통해 딸의 상황을 다 알고 왔다. 그런데 딸은 전혀 그런 내색하지 않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모녀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Susan은 딸이 먼저 얘기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눈치를 보니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Susan은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여기는 것 같아 일단 기다렸다. 분위기가 아직은 아닌 것 같아 새벽에 인천공항에서 있었던 해프닝을 Anna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Anna야, 인천공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니?” 
“무슨 일이 있었는데?”
“여권을 준비해 외국인 전용 입국심사대로 가는데 갑자기 예쁘장한 아가씨가 다가오더니 ‘저기요, 그쪽은 외국인들만 입국 심사하는 곳이라 이쪽으로 오셔서 심사받으셔야 해요.’라며 친절하게 얘기해 주는 거 아니겠니?”
“그래서?” 
“아가씨! 친절은 고마운데 미국 여권이라 이쪽에서 심사받아야 하거든요.’라고 하자 아가씨가‘죄송합니다’ 하며 뒤돌아간 일이 있었어.”
“그 아가씨 당황했겠네.”
엄마 얘기를 듣던 Anna는 그와 반대였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대학 시절 한국어 연수를 위해 입국할 때 자신이 미국 국적인 사실을 깜박하고 내국인 입국심사대로 들어오다 거절당했던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국적 때문에 겪었던 에피소드였다. 
“엄마! 혹시 남산타워에서 서울야경 본 적 있어?”
“어---없어.”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녀는 살짝 당황했다. 
“그럼, 잘됐네.” 
 Anna는 엄마에게 Fantastic 한 서울야경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Susan은 내키지 않았으나 싫다고 대답하기 어려웠다.
“엄마 서울에 온다고 미리 생각해 둔 거니?”
“꼭 그런 건 아니야.”
“그럼?”
“오피스텔에서 밤마다 보이잖아, 그런데 며칠 전 남산타워가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복잡한데 바람이나 쐬고 올까 하는 마음으로 가봤지. 그런데 정말 너무 멋있는 거야. 그래 잘 됐다 싶었지. 이참에 엄마가 서울에 면 꼭 한 번 구경시켜 드려야지 생각하고 있던 거야.” 
Anna는 엄마 속마음도 모르고 밝은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엄마 서울에 오면 꼭 사 주려고 점찍어둔 화장품 세트 하나 있거든, 나랑 같이 백화점 들러 쇼핑한 다음 명동에서 점심 먹고 호텔 체크인하면 시간이 딱 맞을 거야.”
“엄마는 화장품은 필요 없어.”
“딸이 사 준다는데 싫어?” 
“싫은 게 아니라 돈 모아 결혼할 준비 해야지.”
“난 아직 생각 없어. 하고 싶은 일부터 해야지. 그런데 왜 갑자기 결혼?”
“너도 내년이면 서른다섯이잖아.”
“엄마! 결혼은 내 문제야. 그 얘기 그만. 어쨌든 호텔 체크인하고 좀 쉬었다가 저녁때 남산타워 가서 서울야경 구경하며 럭셔리한 식사를 하는 거야. 이게 엄마를 위한 오늘 스케줄이야. 그렇게 알고 딸이 하자는 대로 그냥 따라오면 돼. 알았지.”
“그래그래 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
Anna가 휴대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했다. 저녁 식사 예약을 하는 눈치였다. Susan은 몸이 피곤하긴 했지만, 딸이 행복해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모녀는 L 백화점 오픈 시간에 맞추어 오피스텔을 나왔다. 승용차가 이면도로를 빠져나와 충정로 방향으로 달렸다. Susan은 서울 도심 번화가 분위기가 타향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낯선 거리도 아닌데 그렇게 느껴졌다. 세월 탓이다. Anna는 시청광장을 지나 을지로 입구에서 우회전하여 L 백화점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백화점 매장은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모녀는 1층 화장품 판매장으로 향했다. Anna는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염두에 둔 기초 화장품 세트를 보여 달라고 여직원에게 말했다.
“바로 이거야, 요즘 인기 상한가 상품이야. 중국 여행객들이 한 번 휩쓸고 가면 판매장이 동나는 게 이거야. 향 좀 한 번 맡아봐. 완전 엄마 스타일이야.”
Susan은 Anna가 보여주는 스킨과 에센스 향을 한 번씩 맡아보았다.
“향이 좋은데.”
“로션 향도 맡아봐. 좋지?”
“으음 좋은데.”
“네가 말했잖아. 엄마 스타일이라고.”
Susan은 딸이 웃는 표정을 보며 생각했다. 딸은 여전히 태연하게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짓고 있지만 Susan은 딸의 속마음은 거센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는 외로운 항해사일 거로 생각했다. 
  두 사람은 쇼핑을 마치고 명동으로 갔다. Susan은 과거 속에 묻어둔 옛 추억들이 기어 나오려는 것을 애써 막았다. 그래도 몇몇 조각들이 날개를 달고 빠져나왔다. 눈물 젖은 기억들이 가슴속에 날아들었다. Susan은 의식적으로 부팅되는 흑백 화면을 모두 삭제해 휴지통에 버렸다.
  점심 무렵이 되자 명동거리 인파로 넘쳐났다. 
“엄마!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어?”
“난 간단하게 먹고 호텔로 가서 쉬었으면 좋겠는데.”
“크림 파스타는 어때?”
“그래, 그거 좋겠다.” 
  모녀는 인근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올라가 식사했다.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 온 Anna는 어디에다 주차했는지 헷갈렸다. 기억을 더듬어 자동차 키 버튼을 눌러가며 한참 동안 헤맨 끝에 승용차를 찾았다. Susan은 그런 딸을 보며 잔소리하려다 참았다.
  시내 도로는 붐볐다. 남대문을 끼고 선회한 차가 남산 쪽으로 올라갔다. 호텔 건물이 오른쪽에 보였다. 우회전하면서 차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Anna가 차를 파킹하고 먼저 내렸다. Susan이 뒷좌석에 쇼핑백을 들고 내리는 사이 Anna가 트렁크에 있는 여행용 캐리어를 꺼냈다. 
“엄마! 그 쇼핑백은 뭐야?”
“은영 이모 줄 선물이야.”
“뭔데?”
“그건, 비밀.”
지하 주차장에서 연결된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 있는 곳으로 갔다. 두 사람이 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로비를 지나 호텔 프런트 데스크로 향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남녀 직원이 보였다.
“Susan Edward로 예약했는데요.”
“여권 좀 보여 주시겠습니다?” Susan이 여권을 꺼내 주었다.
“네, 감사합니다.”
여직원이 여권과 객실 키를 건네주었다.
“엘리베이터는 저쪽에 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7층에서 섰다. 외국인 두 사람이 내렸다. 13층에서도 중년 남자 한 사람이 내렸다. 17층에 도착했다. 양탄자가 깔린 객실 복도를 걷는 기분이 좋게 느껴졌다. Anna가 객실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갔다. 남산이 보이는 트윈룸이었다. 
“엄마! 왜 트윈룸으로 예약했어?”
“혹시 네가 엄마랑 같이 자겠다고 하면 같은 침대에서 잘 수 없잖니?”
“그럼, 오늘 밤같이 자면 안 될까? 나도 이런 곳에서 자고 싶어.”
어리광 부리듯 Anna가 Susan을 보았다. 
“하는 것 봐서 맘에 들면 같이 잘 수도 있지.”
“엄마 이상한데 미국에서 같이 살 땐 단칼에‘안 돼’했는데 이젠 나이가 드셨나 봐. 난 그냥 한 번 해본 소리인데.”
“그럴지도 모르지. 나도 내일모레면 칠십이니까.” 
“병원은 언제까지 하실 거야. 이젠 슬슬 은퇴하시고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사셔야지. 여행도 다니시고, 맛있는 요리도 마음껏 드시고, 사진도 취미로 배우시고, 자서전도 쓰고 수필집도 내고 싶다고 하셨잖아.
“그랬지, 미국에 돌아가면 아빠와 상의해 봐야겠어.” 
“엄마는 내가 볼 때, 문학이나 예술을 전공하셨어야 맞아, 왜 의대에 들어가 의사가 되었는지 모르겠어.”
“지금 같았으면 그랬을 거야.”
“Anna야, 나 따뜻한 물로 샤워 좀 하고 나올게.”
“피곤하실 텐데 그렇게 하셔.”
Susan이 화장품 세트 가방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Anna는 의자에 앉아 TV를 켰다. TV 화면에 자신과 관련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TV를 껐다. 엄마가 샤워 중이라 못 본 게 다행이었다. 리모컨을 탁자에 내려놓고 객실 창가로 가 남산 쪽을 바라보았다. 엄마한테 어떻게 자신의 얘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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