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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미서부

이름 모를 꽃

by 훈 작가 2023. 2. 25.

 시선을 끌고 관심이 가는 대상을 보면 제일 먼저 궁금한 것이 이름이다. 이름은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명사인데 모르면  궁금증만 자아내고 마음은 답답하고 속이 타 들어간다. 이럴 때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알고 싶은 답을 알고 나면 다행인데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하면 속절없이 애간장만 타는 것이다.   다름 아닌 꽃 이름이 그랬다. 미 서부여행 그랜드 캐니언에서 우연히 사진에 담은 꽃이 그 주인공이다. 꽃이 한눈에 보기에도 신비스러웠다.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담은 꽃 사진은 묘한 매력을 발산하며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보고 또 봐도 그 꽃의 신비감에 빠져들어 이름이 뭔지 궁금했다. 당시 제이콥(가이드)에게 사진을 보여 주고 꽃 이름이 뭔지 물었다. 그 역시 이름을 알지 못했다. 여행 일정이 끝나면 사무실에 돌아가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고 카카오 톡으로 답을 준다고 했는데 답이 없다.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기행문을 쓰기 시작하며 다시 그 꽃이 떠올랐다. 여전히 답은 오리무중이고 궁금증은 현재진행형이다.

스마트 폰에서 꽃 이름을 찾아주는 앱을 다운로드하였다. ‘모야모’에 사진을 올렸다. 보통은 댓글 답변이 바로 올라오는데 깜깜무소식이다. 혹시나 하고 몇 번이나 앱을 열고 들어가 확인해 봐도 궁금증에 대한 댓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이 정도 까지면 꽃에 대한 이름을 찾을 방법은 더 이상 없을 듯하다. 이름을 모르는 꽃을 어떻게 부르는지 모른다. 분명 이름이 있을 텐데 도무지 이름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꽃 이름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집착을 보이는 것은 의미 없다.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이름을 갖다 붙일 수도 없는 일이니 그저 신비감만 마음속에 머무르고 사진 속의 꽃은 여전히 내 눈길을 끈다. 꽃을 보면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이름을 불러 주어야 꽃이 나를 쳐다보고 미소를 지을 것 같다. 이름을 불러 주고 싶은데 이름을 부르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을 꽃은 알 리 없다. 기행문을 쓰면서 사진 속의 꽃 한참 보았다. 혹여 이런 내 마음이 꽃에 대한 짝사랑이 아닌가 하는 물음을 마음속으로 던져봤다. 

사진 속의 꽃에 대해 짝사랑을 말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단순히 꽃 이름이 궁금한 것뿐인데 이를 짝사랑이라고 한다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 속의 꽃은 여전히 짝사랑처럼 나를 괴롭힌다. 첫사랑의 추억처럼 꽃의 신비감은 여전히 마음속에서 수그러들지 않았다. 여전히 꽃은 신비감을 발산한다.  꽃의 정체성은 아름다움이다. 꽃의 속성은 피고 지는 것이다. 꽃은 피어야 아름답고 져야 다시 핀다. 아름다움의 속성은 인간의 정서를 움직이는 신비감이 있다. 자연의 세계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에 신비감을 자극하는 것은 많다. 하지만,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인간의 마음속에 정서적으로 아름다움과 신비감을 주는 생명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꽃의 존재는 매우 의미가 큰 생명체이자 상징적인 존재다. 그래서 사람은 형형색색의 꽃마다 이름을 붙여 사람의 생활 속으로 끌어들여 들였다. 꽃이 저절로 사람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꽃을 향해 먼저 손을 내밀고 공존의 영역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사람들은 꽃마다 이름을 지어주고 그들 각각의 꽃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가지가지 꽃에 대한 전설이나 신화를 만들어 동경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사람에게 있어 꽃은 사랑 이상의 감성적 존재가 되었다. 꽃이 인간의 문화생활공간에 동거를 하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꽃은 인간에게 있어 감성공간을 지배하는 영역에서 신화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해도 무방하다. 꽃은 인간의 창조물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신의 피조물이다. 사람들이 꽃을 사랑하는 첫 번째 이유는 꽃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거기에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꽃을 피우는 이상적인 삶을 산다. 꽃의 일생은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가치나 상징성이 있어 보인다. 인간이 꽃을 흠모하는 이유다.  꽃은 태어나 꽃으로 살다 꽃으로 진다. 꽃은 오로지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꽃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피운다. 생을 이어가는 동안 꽃은 인간과 달리 시기하거나 질투를 하지 않는다. 꽃은 인간처럼 탐욕스럽지도 않다. 어찌 보면 꽃은 신(神)을 대신해서 이 세상에 내려왔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나의 생각이 개인의 생각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럴지라도 꽃에 대한 내 생각은 변함없다. 한 장의 사진 속의 꽃을 보고 이렇게 꽃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연계에는 사람들이 이름을 붙여 정체성이 확인된 꽃도 있지만 아직도 이름을 모르고 정체성이 없는 꽃들도 많을 것이다.  사람의 눈길을 끄는 많은 꽃들은 대개 전설이나 신화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며  거기에 걸맞은 꽃말이 있다. 여행지에서 담은 꽃 사진을 놓고 꽃 이름이 궁금했던 이유는 그 꽃에 대한 이름이라도 알면 꽃에 얽힌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 속의 꽃 이름은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여행지에서 만난 이름 모를 꽃은 그저 내 마음속에 신비감으로만 남아 있다. 꽃은 그런 신비감 때문에 사람들이 꽃을 찾는다. 꽃이 지닌 아름다움 속에는 인간세계가 모르는 신비감이 숨어 있다. 그랜드 캐니언에서 담은 이름 모를 꽃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꽃의 세계에도 영혼이 있다면 영혼과의 교감을 통해 수수께끼 같은 신비감은 벌써 풀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베일에 싸인 꽃은 수수께끼로 남는다. 신비감을 간직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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