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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장편소설

별을 죽인 달(16)

by 훈 작가 2023. 7. 26.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VIP

  인천공항 입국장에 정장 차림의 미국인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가 기내용 캐리어 하나를 끌고 입국장을 나와 곧바로 택시를 탔다. 한국말로 “강남 삼성병원으로 갑시다.”라고 말하자 운전기사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룸미러를 쳐다보았다. 특유의 외국인 억양의 말투였지만 발음은 정확했다. 
“한국말하실 줄 아세요?”
“조금요.”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국은 처음이세요?”
“예, 처음입니다.”
 택시 기사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VIP 입국 통로 쪽은 긴박했다. 신사복차림의 몇몇 미국인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움직였다. 그중 한 사람이 어디론가 휴대전화로 상황을 보고했다. 다른 한 사람은 입국자 명단을 확인하기 위해 청사 안으로 급히 달려갔다. 책임자로 보이는 한 사람은 공항 서쪽 귀빈실 쪽을 확인하러 뛰어갔다. 
  잠시 뒤 청사 안 항공사 데스크로 가서 입국자 명단을 확인한 사람이 돌아왔다. 그가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긴박한 움직임은 거기까지였다. 상황이 종료된 듯 그들이 모두 철수했다. 
  미 대사관 집무실 문을 노크하며 한 직원이 들어왔다. 그가 굳은 표정으로 스티브 대사에게 보고했다.
“이미 공항을 빠져나가신 것 같습니다.”
“아니, 일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공항에 나간 요원들 얘기로는 의원님께서 이코노미석을 탑승한 걸 확인한 것을 보면 일반인 입국 통로로 들어오신 것 같습니다.”     
“VIP 입국 통로를 이용하지 않아서 상황을 놓친 거군. 그래.”
“예, 그렇습니다.”
스티브 대사가 휴대폰을 들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스티브입니다.”       
“아, 대사님!”
“지금 어디 십니까?” 
“강남 삼성병원으로 가는 중입니다.”“의원님! 한국에 오시면 오신다고 미리 연락 좀 하셔야죠.”
“아니, 공적인 방문이 아니라 그랬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저와는 그런 사이가 아니잖습니까?” 
“대사님! 고지식한 성격 탓인가 봅니다.” 
“여전하시군요. 저도 그런 점을 본받아야 하는데, 어쨌든 부담 갖지 마시고 대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같이 대학 다닐 때처럼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대사님!”
“의원님께서 친구처럼 대해주셔야 하는데 자꾸 대사님! 대사님! 하면서 말씀하시니 저도 어렵습니다. 존칭은 생략하고 편하게 해 주세요.”
“미안합니다. 대사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봐, John! 대사관 직원 보낼 테니까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다 나한테 맡겨.” “그래, 알았네. 스티브!” 
  스티브 대사는 그가 무슨 일로 서울에 왔는지 궁금했다. 공식적인 일로 방문했다면 워싱턴 미 국무부 아니면 의회 쪽에서 사전에 어떤 식으로든 통보가 있었을 것이다. 갑자기 어제저녁 독일대사관에서 연락받은 상황이었다. 더구나 그는 한국과는 인연이 없는 친구다. 그는 갑작스러운 VIP의 등장에 신경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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