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에세이/라떼별곡

헤어질 결심

by 훈 작가 2023. 8. 6.

20대 교사의 죽음에 대한 애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돈과 힘이 있는 특정 학부모의 갑질이 문제라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어떤 이는 학생인권조례가 문제라 하고, 반대로 누군가는 버릇없이 자란 '금쪽이'가 문제라도 합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여기저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말소리가 난무합니다.

어찌 보면 일련의 사건도 ‘갑질’ 문화의 한 현상으로 이해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갑질’의 행태는 이미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으며, 시대변화에 따른 가치관의 전도현상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고부 관계도 바뀌어 요즘은 육아 독박을 뒤집어쓴 시어머니도 많습니다. 

사제관계도 양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때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되는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교사가 학부모의 눈치 봐야 하고, 아이들이 선생님을 개-무시해도 꾹 참아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일반 회사에서도 상사라고 부하직원을 함부로 대하면 바로 인터넷에서 비난 댓글에 시달리는 세상입니다.

내 새끼를 위해서는 법이고 뭐고 물불 안 가리고 나서는 게 이 시대의 부모들입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위장 전입은 창피한 일도 아닙니다. 고위공무원 청문회에 빠짐없이 등장하지만 어물쩍하고 다 넘어갑니다. 그러다 표창장 위조로 재수 없게 걸려버린 공직자가 이른바 조국 사태입니다. 드러나지 않은 갑질 학폭도 비일비재할 겁니다. 


우리 사회는 문제가 발생하면 요즘 날씨만큼이나 논쟁이 들끓었습니다. 이른바 냄비 현상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립니다. 많은 사건이 그랬습니다. 어쩌면 이번 사건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랍니다. 제발 이번 사건이 계기가 되어 세상이 달라졌으면 합니다.

갑질 문화는 믿음과 배려가 부족한데 기인합니다. 치열한 경쟁사회는 항상 승자만이 권력을 누립니다. 권력은 젖으면 취하기 마련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매몰됩니다. 눈에 보이는 게 없죠. 오로지 자시만의 목적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특성이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학부모들이 “내가 누군 줄 알아?” 식의 갑질이 일상화된 겁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는 따뜻하고 겸손하며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권력(리더십)입니다. ‘갑질’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할 때가 된 겁니다. 그러려면 정치, 교육, 문화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참신한 권력이 등장해야 하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갑질과 헤어질 결심을 하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젊은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명복을 빕니다.  

'Photo 에세이 > 라떼별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탓, 네 탓” 선진국  (0) 2023.08.15
달님! 밤보다 낮이 무서워요.  (8) 2023.08.08
1,100도로 흰 사슴 동상  (5) 2023.07.31
나만의 피서(避暑)  (8) 2023.07.27
그 여름의 카페  (16) 2023.07.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