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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터키

갈라타 다리와 골드 혼(Golden Horn)

by 훈 작가 2023. 8. 11.

골드 혼의 한 재래시장에 도착했다. 시장 골목을 따라 걸으니 분식점과 비슷한 가게, 빵집, 정육점, 생선가게, 치즈 가게, 그릇 가게, 일상 잡화점이 줄지어 양쪽에 늘어서 있다. 우리의 전통시장과 비슷하다. 구경이 끝난 후 자유시간을 주어졌다. 아내와 난 그랜드 바자르에서  사려고 했던 그릇을 사러 가게로 들어갔다. 거기에선 흥정에 실패했다. 아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몇 개 고른 후 깎아달라고 하니 거절한다. 잠시 망설이다 다시 서투른 영어로 15달러에 하자고 하니 안 된단다.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나 싶어 가게를 나왔다. 하지만, 여기 아니면 살 수 없을 것 같다. 그랜드 바자르보다 저렴한 것 같으니 여기서 사자고 아내를 설득했다. 아내는 잠시 망설였다. 흥정 때문에 다른 곳에 가서 사자니 주어진 자유시간이 다 지나갈 것 같다. 아내가 다시 마음을 돌려 이내 다시 가게로 들어가 17달러로 흥정을 끝냈다. 결국 3달러 깎은 것이다. 점원에게 깨지지 않게 포장을 잘해달라고 하니 웃으며 정성껏 포장해 준다. 

약속 장소에 오니 광장에 고등어 케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하늘에는 갈매기들이 낮게 날고 있다. 현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고등어 케밥이다. 고등어 케밥은 길이 약 20cm, 두께 약 7cm로 생각보다 큼지막하다. 빵 안에는 양파, 양상추, 구운 고등어가 들어있다. 한국인들에게는 분명히 낯선 음식이다. 이스탄불을 찾는 많은 관광객이 고등어 케밥을 맛보기 위해 갈라타 다리로 몰려드는 이유가 바로 고등어 케밥 때문이라고 가이드가 말했다. 

하루가 저무는 시간이다. 갈라타 다리는 길이 490m, 폭은 42m밖에 안 된다. 그런데 다리 위에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이들 대부분은 생계형 낚시꾼으로 잡은 물고기를 인근 해산물 전문 식당에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다리아래는 카페가 줄지어 차지하고 있다. 이 다리는 골드 혼을 사이에 두고 이스탄불의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연결한다.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 걸어 다리 중간쯤에 있는 한 카페에 자리를 잡고 테이블에 앉았다. 

여행의 감상에 젖어 있을 때 테이블마다 고등어 케밥과 맥주 한잔이 나왔다. 한입 먹어 보니 우리 입맛은 아닌 듯했다. 가시도 바르지 않아 먹기 불편했고 이상한 냄새가 났다. 비린내가 입 안 가득 퍼졌다. 나는 그게 싫어 맥주로 그 향을 희석했다. 어쨌거나 터키에 왔으니 고등어 케밥을 먹어 본다. 여행이 아니면 기회가 없으니 말이다. 여름을 달구던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골드 혼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었다. 주변 카페마다 많은 인파로 붐비기 시작했다. 

케밥을 다 먹은 후 가이드가 필터를 하나씩 나누어 줬다. 물담배 필터다. 그가 호스가 연결된 물담배를 가져왔다. 차례로 한 팀씩 돌아가며 한 모금 빨아본다. 오래전 끊었던 담배가 생각났다. 내 차례가 되었다. 생각했던 담배 맛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향이 아주 묘하다. 무슨 향이지? 거부감이 없는 향이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스트레스나 정신적 긴장을 풀기 위해 터키에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긴다고 한다. 

색다른 체험은 여행에서 맛보는 특별한 선물이다. 골드 혼에서 우리는 물담배 체험으로 터키 사람이 되어 보았다. 난 테이블 윙에 있는 아내의 몫까지 맥주잔을 비웠다. 그때 뭔가 허전하다 싶었다. 여행의 감상에 취해 사진 찍는 걸 깜박한 것이다. 카메라를 손에 들었을 땐 해가 막 뒷모습을 감추려 할 때였다. 다행히 그 순간을 몇 장 담았다. 남는 건 사진이라는데 잠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스탄불의 석양을 지나쳐 버릴 뻔했다. 

이스탄불에서의 첫 일정이 저문다. 일상을 불태우던 태양이 사라지고 갈라타 다리 위에 서는 여전히 낚시에 여념이 없는 강태공들이 많았다. 골드 혼의 밤이 아쉬움 속에 이제 시간 속에 묻힐 것이다. 다만, 여행자는 추억을 담아 앨범에 넣어두면 된다. 이스탄불의 추억이 언젠가 또 아쉬움 속에 되살아 날 것이다. 우리는 이를 위해 가이드 말에 따라 훗날 여행 선물이 될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영어로 Present는 현재를 의미하면서 선물이란 뜻도 있다. 지금, 이 순간이 선물인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선물을 받고 사는 셈이다. 선물을 받을 때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선물 포장을 풀고 상자를 열기까지 가슴을 뛰게 하는 설렘이 그 안에 있다. 상자를 여는 순간 그 설렘이 나와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내일은 어떤 설렘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까. 이번 터키 여행에서 받을 마지막 선물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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