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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사랑에 실패한 남자, 강태공

by 훈 작가 2023. 8. 20.

“세월을 낚는다.”

‘강태공’ 하면 떠오르는 말입니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없이 친근한 문장이기도 합니다. 시적인 표현이면서 여유롭고 낭만적인 뉘앙스까지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그는 70세가 넘도록 매우 가난 한 삶을 살았죠. 아내가 품을 팔아 겨우겨우 연명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결국 심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아내는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한마디로 무능했던 겁니다. 살림은 돌보지 않고 낚시로 소일을 즐기며 세월을 낚는 일만 했으니 아내가 보따리를 싸 들고 친정으로 도망가는 건 당연할 겁니다. 그런 그가 나이 팔십에 문왕을 만나 출세를 하자, 소문을 듣고 찾아온 아내에게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라는 말을 남겼으니 인생은 미스터리 같은 드라마 같습니다. 


강태공의 좀스러운 사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고생시킨 아내에게 ‘엎질러진 물’이라 말해야 할까요. 배신감 때문에 그렇게 한 걸까요. 뭐 잘한 것도 없는데. 졸지에 출세했다고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잊은 것을 보니. 양심도, 염치도 없는 사람 같습니다. 그가 주나라 건국 공신으로 평가받는 인물일지 모르지만, 대인배는 아닌 듯합니다.

강태공의 부인 마 씨, 그녀도 아마 자존심이 없었나 봅니다. 다시 만난다고 행복할 리 만무할 텐데 무슨 연유로 다시 같이 살자고 찾아옵니까. 이미 떠날 때는 각오를 했을 터인데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그래도 혹시 몰라’ 했을까요. 아니면 남 주기에 아까운 남자라 그랬을까요. 사랑이 남긴 마음의 상처는 꽤 오래가는 걸 몰랐던 것 같습니다.

법정 스님의 말처럼 인연은 함부로 맺는 게 아닙니다. 부부는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닙니다. 헤프게 맺은 인연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설픈 인연은 고통을 초래합니다. 행복할 수 없는 거죠. 남녀가 만나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3~5초 정도라고 합니다.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하는 인연이 될 수 있음을 잊지 않는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세월을 낚는다.” 고 말한 강태공, 그는 사랑에 실패한 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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