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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꽃지의 전설

by 훈 작가 2023. 9. 5.

바닷물이 빠진 해변 앞바다에 이곳을 지키고 있는 할매 바위와 할배 바위가 서 있습니다. 두 바위에는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다고 합니다. 어디든지 전설은 애틋한 사랑을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런지 전설은 슬픈 사연이 담겨 있어야 심금을 울립니다. 사랑이 아름다워야 사랑인데 전설에는 그런 사랑이 드문 모양입니다.

『신라의 흥덕왕(재위기간 826~836년) 때 당시 바다를 주름잡고 있던 장보고는 청해진靑海鎭(전라남도 완도)에 거점을 정하고 해상활동을 펴가는 동시에 서해안의 견승포(안면도)에도 해상 전진기지를 두었다. 안면도(안면곶)에 전진기지를 설치한 장보고는 이 기지를 관할하는 책임자로 ‘승언’이라는 사람을 두어 다스렸다. ‘승언’은 아름답고 경치 좋은 견승포에 부임하게 된 것을 무척 기뻐했다.

푸른 바다, 하늘을 찌를듯한 울창한 숲, 긴 해변, 그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승언’은 시간이 있을 때마다 아름다운 바닷가를 아내 ‘미도’와 산책을 즐겼다. 부부는 금실이 누구보다 남달랐고 행복했다. ‘승언’은 애처가였다. 이따금 부하들이 바다에서 맛있는 고기라도 잡아 오면 꼭 아내를 생각하여 일찍 집으로 돌아와 함께 생선을 요리하여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사랑을 아끼지 않는 남편을 ‘미도’는 좋아했다, ‘승언’은 무슨 일이든지 아내를 먼저 생각했고 아내를 위해서라면 기필코 해내는 성격이었다. ‘승언’은 가정에 충실하고, 나라에 모범적인 충신이었다.

어느 날 멀리 청해진에서 전갈이 왔다. 내용은 "승언은 군사들을 이끌고 북쪽으로 진군하라"는 명령이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떨어진다는 게 한없이 안타까웠지만 명령을 따라야 했다. ‘승언’은 즉시 출정 준비를 서둘렀다. 평소에 훈련이 잘된 군사들의 사기는 높았다. 그는 아내에게 곧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견승포에 주둔했던 군선을 이끌고 북쪽으로 떠났다.

‘미도’는 바닷가에 나와 멀리 출정하는 남편과 군선을 지켜보고 있었다. 남편은 늠름한 모습으로 갑판 위에 올라 아내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를 지켜보고 서 있는 아내는 이 날따라 남편이 몹시 미덥게 여겨졌다. 군선은 포구를 뒤에 두고 점점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었다. ‘미도’는 높은 바위에 올라가 가물가물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군선을 지켜보다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집에 돌아온 ‘미도’에게 일찍이 느껴보지 못했던 쓸쓸함이 휩쓸어 왔다. 별로 하는 일도 없는 ‘미도’는 기껏해야 앞뜰을 서성거리다가 방에 들어와서 남편 생각에 잠기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다. 남편의 건강은 어떠한지 내일은 돌아오겠지 하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속에 꽉 차 있었다. 매일 같이 밤낮으로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미도’의 심정은 초조해졌다.

집 안을 깨끗이 정리한 다음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남편을 오늘, 내일 하면서 기다린 것이 벌써 수일이 지났다. 그러나 남편은 오늘도 돌아오지 않았다. 매일 기다리던 ‘미도’의 마음이 점차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가만히 집에서만 앉아서 기다릴 수 없었던 ‘미도’는 바닷가로 뛰어나갔다.

남편이 출정할 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견승포의 높은 바위에 올라가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오는 군선이 나타나기만 기다렸다. 하지만, 가끔 고깃배만 지나가고 군선은 보이지 않았다. 하루하루를 속 태우며 남편을 기다린 지 2년이 지나가고 말았다. 그녀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추우나 더우나 아랑곳하지 않고 남편이 돌아오는 군선을 기다리다 바위에서 죽고 말았다. 그 뒤 이 바위는 ‘미도’가 남편을 기다리며 멀리 바라보고 서 있는 그 모습 그대로 망부석이 된 것이다. 후세 사람들은 이 바위를 ‘할미 바위’, 옆에 있는 바위를 ‘할배 바위’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퍼온 글>

‘꽃지’라는 지명만큼 아름다운 곳입니다. 옛날에는 해당화가 이곳에 많이 피었던 것에 착안하여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곳 일몰은 해당화꽃만큼이나 아름답습니다. 이 때문에 사진 애호가들에게 일몰 명소로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사진가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습니다. 노을이 그림처럼 물들면서 카메라 셔터음이 연발하며 하늘로 흩어집니다. 붉게 물들어가는 낙조(落照)가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 냅니다. 일몰은 언제나 그렇듯 황홀한 노을을 꽃지 해변에 남기고 퇴장합니다. 이곳의 일몰이 아름답기에 전설은 더욱 애절하고 가슴에 남습니다. ‘승언’과 ‘미도’의 사랑이 아름다운 노을처럼 이승에서 나누지 못한 사랑을 저승에서나마 행복하게 나누었으면 마음을 남기며 카메라를 거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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