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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낚는다.”
‘강태공’ 하면 떠오르는 말입니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없이 친근한 문장이기도 합니다. 시적인 표현이면서 여유롭고 낭만적인 뉘앙스까지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그는 70세가 넘도록 매우 가난 한 삶을 살았죠. 아내가 품을 팔아 겨우겨우 연명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결국 심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아내는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한마디로 무능했던 겁니다. 살림은 돌보지 않고 낚시로 소일을 즐기며 세월을 낚는 일만 했으니 아내가 보따리를 싸 들고 친정으로 도망가는 건 당연할 겁니다. 그런 그가 나이 팔십에 문왕을 만나 출세를 하자, 소문을 듣고 찾아온 아내에게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라는 말을 남겼으니 인생은 미스터리 같은 드라마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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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공의 좀스러운 사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고생시킨 아내에게 ‘엎질러진 물’이라 말해야 할까요. 배신감 때문에 그렇게 한 걸까요. 뭐 잘한 것도 없는데. 졸지에 출세했다고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잊은 것을 보니. 양심도, 염치도 없는 사람 같습니다. 그가 주나라 건국 공신으로 평가받는 인물일지 모르지만, 대인배는 아닌 듯합니다.
강태공의 부인 마 씨, 그녀도 아마 자존심이 없었나 봅니다. 다시 만난다고 행복할 리 만무할 텐데 무슨 연유로 다시 같이 살자고 찾아옵니까. 이미 떠날 때는 각오를 했을 터인데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그래도 혹시 몰라’ 했을까요. 아니면 남 주기에 아까운 남자라 그랬을까요. 사랑이 남긴 마음의 상처는 꽤 오래가는 걸 몰랐던 것 같습니다.
법정 스님의 말처럼 인연은 함부로 맺는 게 아닙니다. 부부는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닙니다. 헤프게 맺은 인연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설픈 인연은 고통을 초래합니다. 행복할 수 없는 거죠. 남녀가 만나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3~5초 정도라고 합니다.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하는 인연이 될 수 있음을 잊지 않는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세월을 낚는다.” 고 말한 강태공, 그는 사랑에 실패한 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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