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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결혼해 줄래!

by 훈 작가 2023. 9. 2.

“청춘! 이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예찬’의 첫 문장입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보다 ‘청혼’이란 말이 더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만큼 사랑도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말이 들립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젊은 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몇 달 전 눈을 의심케 하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일부이겠지만 호텔 청혼(프러포즈) 상품을 찾는 이가 많다는 겁니다. 서울의 5성급 호텔엔 예약이 20~30건씩 밀려든다는 겁니다. 인스타그램에 ‘호텔 프러포즈’ 해시태그(#)를 치면 사진 수만 장이나 뜬다고 합니다. 게다가 청혼 명소까지 있다니 이런 세태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셜미디어에 ‘나와 결혼해 줘’라고 쓴 풍선, 하트가 새겨진 케이크 앞에서 소셜미디어에 포스팅할 프러포즈를 받고 싶다는 젊은 여성이 많다는 겁니다. 한 여론조사 업체에 따르면 ‘호텔 프러포즈를 받고 싶다’라는 여성 응답이 무려 40%를 넘었다고 합니다. 유력 일간지에 실린 기사이니 가짜뉴스는 아닐 겁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다 보니 매직아워에 맞추어 출사를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해뜨기 직전 여명을 찍으려면 새벽 단잠을 설치며 나가곤 합니다. 우연이었습니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른 새벽에 결혼 앨범에 담을 웨딩사진을 찍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 겁니다. 주인공들이 멋져 보였습니다. 아이디어가 참신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일까요. 예전엔 그랬겠지요. 요즘 MZ세대는 어떨까요. 아마 지금은 듣기만 해도 여자에겐 가슴 설레고, 생각만 해도 남자에겐 떨리는 말이 청혼(프러포즈)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화려한 청혼보다 미래의 인생 여정을 함께 걸어야 할 상대의 진정 어린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랑도 하기 어려운 세상이니 안타깝습니다. 사진의 제목을 어떻게 붙일까 생각하다 청혼이란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결혼해 줄래’라고 타이틀을 붙이면서, 문득 결혼하기 힘든 요즘 젊은이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들이 좋은 직장도 잡고, 연애도 하고, 멋진 프러포즈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속의 주인공도 행복하게 살거라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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