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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중국&일본

천문호선쇼

by 훈 작가 2023. 2. 28.

해외여행을 떠나면 여행지에서 보게 되는 쇼가 있다. 처음 본 게 태국 여행에서 본 사이먼 쇼(Simon Show)다. 사이먼 쇼는 여성으로 성 전환한 게이 쇼다. 남자라고 믿지 못할 만큼 미모도 뛰어나서 그 당시 태국의 밤 문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미 서부 여행 때도 쇼를 관람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르 레브 쇼(Le reve Show)다. 환상적인 무대가 쇼가 이어지는 동안 눈은 황홀했다. 화려한 무대와 조명 출연자들의 훌륭한 연기력은 쇼가 무엇인지 보여 주었다. 거기에 서커스적인 묘미와 스토리가 잘 어우러져 오랫동안 감흥이 지워지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모든 옵션을 포함하고 있어서 여행일정에 있는 옵션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냥 신경 쓰지 않고 즐기면 된다. 상품에 있는 천문호선 쇼는 장가계 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하니 설렘이 크지는 않지만 기대가 된다.

 

삼천리 식당을 나와 천문산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6시 40분이다. 천문동이 있는 천문산 능선에 달이 휘영청 떠있다. 내일이 보름이라 달이 둥글다. 공연장에 들어서니 제법 규모가 큰 노천 공연장이다. 천문산 계곡을 배경으로 무대가 있고  객석은 3,000석 규모라고 한다. 공연이 시작 전이라 객석은 조금 한산했다. 그러나 공연 시간인 저녁 7시가 가까워지면서 관람석은 사람들로 메워져 갔다. 7시쯤에는 거의 전 객석이 다 들어 찬 느낌이 들었다.     

무대에 조명이 들어왔다. 공연이 시작되는 줄 알았는데 경매가 시작되었다. 그림을 관람객들을 상태로 경 매호가를 부르며 경매가 한동안 이어졌다. 김춘실 씨는 이것을 두고 미리 절대로 손을 들지 말라고 팀을 주었다. 이유 불문하고 손을 들었다가 구매가 확정되면 큰돈을 주고 사야 된다는 것이다. 혹여 그런 불상사는 일어날 리 만무하지만 장난 삼아 손을 드는 여행객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다시 무대 조명이 꺼졌다. 경매가 끝난 모양이다. 

 

공연의 시작은 왼쪽무대에 등장한 합창단의 노래로 시작되었다. 오른쪽에는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한국어로 자막도 볼 수 있게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공연 내용에 대해 한국어로 서비스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한국 관광객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오전에 장가계로 오는 도중에 가이드는 일본인 관광객이 장가계에 많이 오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이 중국을 침략할 당시 일본군이 이곳 장가계에 살고 있는 중국 사람들에게 만행을 저질러서 이곳 사람들이 일본인에 대한 감정이 매우 안 좋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런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일본 여행객들을 장가계에서는 볼 수 없다고 한다. 

 

공연의 내용은 백 년 묵은 백여우와 나무꾼의 사랑이야기다. 합창이 끝나자 꼬리를 늘어뜨린 수많은 여우들이 왕비가 되기 위해 호(狐) 왕에게 갖은 교태를 부리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여우들의 왕인 호(狐) 왕이 자신의 반려자(왕비)를 찾는 장면이다. 모든 여우들이 왕비가 되고 싶어 그야말로 여우꼬리를 흔들며 호(狐) 왕을 유혹해 보지만 호(狐) 왕의 눈에 차는 여우가 없다. 그러다가 우연히 주인공 천년 묵은 흰여우를 발견하고는 홀딱 반하게 된다. 호(狐) 왕은 백여우에게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보내 결혼을 요청하지만, 무려 천년동안이나 산전수전 다 겪은 한 백여우의 눈에 찰리는 만무하다. 호(狐) 왕은 기세를 부리며 10캐럿짜리 다이아 반지로 유혹을 해 보지만, 거들떠보지도 않는 백여우에게 일방적으로 결혼날짜를 통보한다.

백여우는 그런 호(狐) 왕의 제안을 무시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평소에 갈망하였던 인간세상의 아름다운 생활을 보기 위해 마을까지 내려오게 된다. 마을에 내려온 백여우는 사냥꾼들에게 들켜 쫓기게 되는데, 류해(나무꾼)라는 총각이 위험을 무릅쓰고 사냥꾼들로부터 구해주어 백여우는 무사히 산으로 도망친다. 이때부터 백여우는 자신을 구해 준 류해(나무꾼)에게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백여우는 밤이면 류해(나무꾼)가 살고 있는 인간 세상에 내려와 류해(나무꾼)의 집에 가서 우렁이각시처럼 음식을 차려 놓고는 했는데 어느 날 류해(나무꾼)에게 들키게 되고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면서 된 둘 만의 사랑을 아름답게 키워나간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호(狐) 왕은 여우들을 인간으로 변신시켜 마을사람들에게 저 백여우가 인간을 홀린다고 이간질을 하여 둘을 떼어놓으려 시도한다. 류해(나무꾼)는 백여우를 지키려다 사냥꾼들과 싸우다 붙잡히고 백여우는 마을사람들과 사냥꾼들에게 쫓겨 깊은 산으로 몸을 숨기게 된다. 호(狐) 왕과 인간의 박해를 피해 깊은 산속에 숨어있는 백여우가 흘리는 눈물은 폭포가 되어 흐르고, 사냥꾼에게서 풀려난 류해(나무꾼)는 백여우를 찾기 위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헤매던 중 어렵게 백여우를 발견하지만, 둘 사이에는 깊은 계곡이 가로막아 서로가 천 길 낭떠러지 벼랑 건너편에 서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 구슬픈 노랫소리가 들린다.  


“나는 당신이 한평생 나의 아내로 살기를 원합니다.” 
“나는 단 하루라도 당신의 낭군님이 되고 싶습니다.”

서로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백 년이 흐르고 또 천년이 흐르고 그리고 또 만년이 흐르자 하늘도 감동하여 계곡 위로 다리를 놓아주어 둘의 만남이 아름다운 사랑으로 이루어지도록 했다는 이야기다. 

 

천문호선 쇼는 중국 장예모 감독이 참여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고 하는데  공연인원 약 500여 명이 천문산 계곡의 자연을 무대로 만든 세트장 배경으로 야외 뮤지컬 공연이다. 우선 규모면에 중국다운 면모에 놀랍다. 거기에 조명, 연출, 음향, 연기, 관객들의 몰입도까지 더해져 멋진 조화를 이루는 공연이다. 이야기기의 구성은 단순하지만 이야기를 이렇게 웅장하게 전개하며 그려낼 수 있는 것은 문화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된다. 여기에 중국이 자랑하는 장예모 감독의 상상력과 연출이 더해져 빛이 나는 공연이 가능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되었든 웅장한 스케일의 공연이었고 중국다운 공연이었다.
  
 (중국 장가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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