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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장편소설

별을 죽인 달(30)

by 훈 작가 2023. 9. 10.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면죄부

 

홍재범 경정이 서민혁 경찰청장의 호출을 받고 청장실로 들어갔다. 서 청장이 웃으며 자리를 권했다.

홍 과장!”

. 청장님!”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수사하도록 해.”

정말입니까?”

홍재범 경정이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청장 얼굴을 보았다.

이번에는 믿어도 돼.”

알겠습니다.”

홍재범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수사본부 사무실로 내려왔다.

최 형사! 내일 중으로 황우민 실장 신병 확보해.”

과장님! 방금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최 형사도 예상치 못한 홍재범 경정 말에 의아한 듯 말했다.

황우민 실장, 내일 중으로 신병(身柄) 확보하라고.”

이거, 믿기지 않는데.”

최 형사! 나도 청장 지시가 믿기지 않아서 다시 물어봤어.”

이번에는 또 물 먹이는 거 아니죠?”

어쨌든 믿어봐야지.”

 

전임 대통령이 황 실장을 불렀다. 분위기를 파악한 황 실장이 이미 각오를 한 듯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왔다. 전임 대통령은 못마땅해하면서도 불같은 성격을 참았다. 그래도 그는 황 실장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뭐 해,.”

괜찮습니다. 각하!”

이 사람아! 뭔 일을 그렇게 해.”

죄송합니다. 각하!”

이왕 이렇게 된 거, 가서 공부 좀 하고 와.”

죄송합니다.”

임자 마음 다 알아, 내가 자네 충성심 하나 믿고 지금껏 왔는데, 이번 일은 좀 자네가 과했어. 내가 골치 아프니까 알아서 그랬겠지만, 그래도 말이야 이건 아니지.”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합니다. 각하!”

그는 전임 대통령을 평생 주군(主君)처럼 모시고 충성심 하나로 버텨왔다. 주변에서 처세의 달인 잔머리의 귀재라 인정받던 그였다. 그가 영어(囹圄)의 몸이 될 처지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은 전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그는 내심 Anna 양 사건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기 때문이다.

황 실장은 전임 대통령을 청와대 입성시키기 위해 온갖 악역 맡아왔다. 그는 주군(主君)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천부적인 감각이 있었다. 전임 대통령도 그가 전략적인 두뇌는 부족해도 자신을 위해서 몸을 아끼지 않는 충성심을 보고 옆에 두고 있었다. 그래도 애잔한 마음이 들었던지 말을 이어갔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있는 거야, 자네 집사람하고 애들은 알아서 잘 챙겨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네 몸이나 잘 챙겨.”

감사합니다. 각하!”

고 변호사에게 이미 손을 써 두었으니 콩밥은 오래 먹지 않을 거야.”

각하! 제대로 모셨어야 하는데 여러모로 송구합니다.”

그래. 책 좀 갖고 들어가서 머리 좀 채우고 와.”

각하! 저 없는 동안에 만수무강하십시오.”

그래, 가봐.”

황 실장이 전임 대통령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별장을 나서자 최정수 형사와 수사관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사관들이 황 실장에게 수갑을 채우려 하자 최 형사가 만류시켰다. 황 실장을 태운 검은색 승용차가 서울 방향으로 황급하게 모습을 감추었다.

 

청와대는 서민혁 경찰청장의 보고를 받고 그가 수사 결과를 직접 발표하도록 지시했다. 이로써 Anna 양 사건이 수습되길 기대했다. 어찌 됐든 청와대로서는 전임 대통령과의 보이지 않던 갈등이 원만하게 봉합이 되어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Anna 사고는 수습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서민혁 청장은 그간의 수사본부 실무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홍재범 경정과 최정수 형사는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아 연말 정기인사에서 승진시켜 주겠다는 언질을 받았다.

수사본부가 해체되고 서산경찰서로 원대복귀 하기 전날 두 사람은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선술집을 찾았다.

과장님! 오늘은 술맛 나겠는데요.”

그래, 맞아. 최 형사! 그간 세상이 답답해서 한잔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맞습니다. 항상 신세타령하듯 한잔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 사이 선술집 주인이 삼겹살과 소주를 가져왔다. 최 형사가 불판에 삼겹살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어쨌거나 연말에 승진시켜 준다니까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최 형사! 나도 계급 정년에 떠밀려 백수 될 줄 알았는데, 마누라한테 체면 좀 서게 되어 다행이야.”

과장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 잔 드세요.”

최 형사도 수고 많았어. , 한잔하자고.”

세상사 새옹지마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맡은 바 자기 일에 충실하다 보면 좋은 일이 있게 마련이다.

Anna 양 수사 결과가 발표된 후 여론의 풍향계는 청와대 기대와 달랐다. 야당과 언론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식 수사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는 전직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쇼였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특히, 야당은 특별검사를 도입해 성추행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

문제는 John Edward 의원 반응이었다. 그는 진정성 있는 사과만이 사태 수습을 위한 해결책이라 짧게 논평했다. 스티브 대사와 John Edward 의원이 수사 결과를 놓고 의견을 나누었다. 그 자리에 CIA 한국지부장도 배석했다.

스티브! 비서실장이 자네를 찾아와 한 말이 무색하게 됐군 그래.”

아니, 이 사람들이 잔뜩 뭔가 기대하게 만들어 놓고 날 바보로 만들지.”

자네 같은 고수도 이럴 때가 있나.”

“John! 내가 비서실장을 잘못 본 모양이야.”

뭘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앞으로 당하지 않으면 돼.”

그래도 비서실장이 나한테 이럴 수가 있나, 참 나

스티브! 지금 한국 사회가 왜 시끄러운지 난 알겠네?”

그게 뭔가?”

지도층 인사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DNA를 가진 모양이야. 내가 하는 건 다 옳고 남이 하는 건 옳지 않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모순적인 언행을 하는 거지. 국민이 보기에 얼마나 무책임하게 보이겠나.”

벌써 한국 정치 평론가가 다 됐군 그래.”

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CIA 한국지부장도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청와대가 전임 대통령 눈치를 너무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대해 스티브 대사가 말을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죠. 전임 대통령의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에 힘입어 청와대에 입성했으니까요. 아마 청와대가 정치력을 발휘하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John 의원님! 애초부터 청와대는 전임 대통령이 Anna 양 사고의 배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쇼였다고 봐야 합니다.”

이제 와 보니 자네 말이 맞아

제 생각에는 이번 수사 발표가 청와대 뜻대로 민심이 흘러가지 않을 겁니다.”

어째서요? 지부장님!”

생각보다 한국 국민의 수준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습니다. 대통령을 탄핵한 나라잖아요. 아마 청와대는 여론이 가라앉길 바라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일 겁니다. 국민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정치권을 절대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제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김재형 변호사가 강남 삼성병원을 찾았다. 김 변호사가 Anna를 보고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입을 열며 말했다.

“Anna ! 기자회견 봤나요?”

알맹이는 하나도 없던데요.”

그럼, 기대했다는 얘긴데.”

아니에요. 그런 뜻이.”

생색내기용 쇼처럼 보였어요.”

제 생각에는 의원님이 크게 실망하셨을 것 같은데.”

맞아요. 그러실 거예요.”

저도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여성단체 임원진들과 의견을 나눠봤거든요. 모두가 사건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뿐이었어요.”

변호사님! 전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통사고 배후를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죠. 하지만 진실을 규명하려는 수사는 아니었다는 거죠.”

변호사님! 제 생각도 그래요.”

앞으로가 문제일 거예요. 여론이 악화하면 광화문에 촛불이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돼요. 대학가도 그렇고

어쩌다 제 문제가 이렇게 됐는지 전 이해가 안 돼요. 진정한 사과 한마디면 끝날 문제라 생각했는데온 나라가 제 문제로 시끄러워 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

“Anna ! 역사적으로 큰 사건은 작은 불씨로 시작돼요. 권력자들이 작은 불씨라고 이를 간과하죠. 통찰력 있는 지도자는 작은 일을 큰일로 만들지 않아요. 숲을 봐야 하는데 나무만 보는 거죠.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니 일이 자꾸 꼬이게 만드는 건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문제예요.”

Anna는 김 변호사의 의미심장한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Susan도 마음이 착잡했다.

아참! 아까 병실에 오기 전에 담당 의사에게 물어봤더니 곧 퇴원하게 될 거라고 하던데

“2~3일 내로 할 것 같아요.”

퇴원하면 먹고 싶은 거 얘기하세요. 내가 한 턱 쏠게요.”

아니에요. 제가 모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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