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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장편소설

'별을 죽인 달'을 마치면서(48)

by 훈 작가 2023. 10. 14.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어쩌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럴 만한 능력도 없었다. 글에 대한 지식도 없고, 평소에도 글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글이라고 해 봤자 회사 생활하는 동안 문서나 보고서 정도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굳이 쓰게 된 동기가 있다면 ‘어쩌다.’였다.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물으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이상한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상은 늘 시끄럽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속세의중생들은 그게 일상이다. 그러던 어느 날  놀랄만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시장이 실종되었다는 속보가 자막으로 TV 하단에 떴다. 그리고 그날 밤, 그가 발견되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는 뉴스가 거실에 있는 TV로 날아들었다.

다음 날부터 추한 뉴스가 온 나라를 흔들었다. 권력에 의해 자행된 비윤리적인 일이 있었다. 누구보다 도덕적이어야 할 사람이 선량한 시민들을 패닉상태로 만들었다.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 심장을 향해 칼을 찔러댔다. 참을 수 없는 분노는 어디서도 위로받을 수 없었다. 아! 세상에 믿을 X 하나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격과 배신감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파렴치한 권력을 응징하고 피해자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데…. 무기력했다. 가해자인 권력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없다. 오히려 그들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용어로 국민을 우롱했다.

참으로 세상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나 싶었다.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정치인들을 모두 아프리카로 수출하면 안 될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했다. 그들은 시간을 믿는 듯했다. 왜냐하면 우리 국민은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잊으니까. 그게 무서웠다. 사건 자체보다 시간의 블랙홀 속으로 사라지는 게 더 두려웠다.

두려웠던 게 현실로 나타났다. 세월이 항상 그렇게 과거로 만들었듯이 사건은 지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방법이 떠올랐다. 충격과 배신감이 사라지기 전에 내 안의 분노를 허구(소설)로 풀어내면 될 것 같았
다. 이런 무모한 생각이 나를 컴퓨터 앞에 앉게 했다. 분노를 창작의 고통으로 승화시키면서 11개월 만에 초고를 완성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나를 두고 한 말이 아닌지 모르겠다. 소설의 '소'자조차 모르는 내가 해냈다.짜릿한 쾌감이 온몸에 퍼졌다. 파렴치한 권력을 국민 앞에 무릎 꿇게 했다. 무엇보다 인간은 참회하면서 사람이 되는 존재이어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도 움츠리지 말고 용기내어 꿈과 희망을 키워갔으면 한다. 

혹시나 하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출판사에 두 곳에 투고했으나 출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컴퓨터 하드에 잠자던 글을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그간 사진을 취미로 하며 쓴 이런저런 글과 함께 올렸다. 부족한 글이지만, 제 블로그를 방문해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 글을 쓴다면 '어쩌다'가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대신 독자에게 사랑받을 만한 글을 남기고 싶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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