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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단편소설

살구(2)

by 훈 작가 2023. 10. 18.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웬 개여? 장날 사 왔는가?”
할멈이 마실 오지 않으니, 용식 할멈이 왔다.
“누가 버린 거 같아 데려왔어.”
앉을자리를 손바닥으로 쓸며 말했다.
“잘 됐구먼 그려. 검둥이가 죽고 나서 많이 적적해하더니만.”
용식 할멈이 마루에 걸터앉아 살구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똥개는 아닌 거로 보이는데. 이름이 무엇이여?”
“이름? 살구여.”
“고향의 봄. 노래에 나오는 그 살구?”
“맞아, 그 살구.” 
“듣고 보니 괜찮네.”
“오늘 장날이라. 고추 좀 내다 팔러 갈 건데. 같이 가시려나?” 
용식 할멈이 장에 갈 것인지 물었다.
“지난 장에 갔다 왔어.”
할멈이 마른 고추 자루를 머리에 이고 장터로 나섰다. 살구가 촐랑촐랑 따라왔다. 늘 다니는 길인데, 장에 가는 날만큼은 멀게 느껴진다. 정류장에 도착해서야 할멈은 살구가 따라온 걸 알고 한마디 했다. 
“살구야! 돌아가. 할미 장에 갔다 와야 해.”
살구가 멈칫하며 할멈을 쳐다봤다. 시내버스 정류장에 멈추고, 할멈이 살구를 다그치듯 다시 말했다. 
“얼른 집에 가. 어서.”
승차해서 좌석에 앉은 할멈이 차창 밖의 살구를 바라보았다. 살구도 버스가 사라질 때까지, 엉거주춤 서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한나절이 지났다. 버스에서 내린 동네 사람들이 정류장 모퉁이에 아직도 웅크리고 앉은 개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하며 소 닭 보듯 지나갔다. 살구는 버스가 정차할 때마다 일어났다가 제자리에 앉았다. 장터에서 돌아올 할머니를 기다렸다. 
해가 질 무렵 마지막 버스가 정류장에 멈췄었다. 차창으로 할머니를 발견한 살구가 귀를 쫑긋 세우고 일어났다. 버스에서 내린 할멈에게 살구가 뛰어갔다. 살구가 기다릴 줄은, 예상하지 못한 할멈이 환하게 웃었다. 앞발을 들어 할멈 바지를 붙잡으며 꼬리를 빠르게 흔들었다.
“마중 나왔어?”
 할멈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살구는 짖지도 않고 반가움에 그냥 달려들 뿐이었다.
“아이고 살구야. 내 새끼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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