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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단편소설

살구(9)

by 훈 작가 2023. 10. 25.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할멈의 행방불명 신고를 받은 119 구조대가 마을에 도착했다. 용식 할멈이 마실 왔다가 인기척이 없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벨이 울리기에 문을 열어 봤더니 아무도 없었다. 구조대원과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봤지만, 할멈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수색작업은 내일 아침에 재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들과 딸, 사위는 불안했다. 딸이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웃으시며 반기던 엄마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아들도 침울한 표정으로 방에 들어갔다. 방바닥에 은행 대출서류가 보였다. 연필로 그려준 동그라미에 엄마의 도장이 찍혔다.
달빛 아래 살구나무와 덩그러니 빈 개집. 어쩌면 엄마에게 살구가 있으니, 무사할지도 모른다고, 남매는 희망을 품었다. 
이튿날. 마을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수색작업을 논의했다. 구조대는 두 팀으로 나누어 수색이 시작되었다. 한 팀은 마을 뒷산에 수색견과 함께, 한 팀은 열 감지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으로, 논과 밭이 있는 들녘을 맡아 수색했다. 
정오가 되도록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다. 점심을 먹고 오후 수색이 재개된 지 한 시간 이 지날 때였다. 드론을 조정하던 대원이, 움직이는 물체에서 열이 감지된다며 소리쳤다. 모니터를 보며 구조대원들이 의견을 나누었다. 
“사람 같지 않은데….”
“개울 가까운 논인 걸 보면 수달이 아닐까?” 
“여긴 수달이 살만한 곳이 아니거든.”
“그러지 말고 일단 열이 감지되는 현장으로 가 확인 해 보자고.” 
하늘에서 윙윙거리는 드론 소리가 요란했다. 밤새 할멈 곁을 지킨 살구가 드론을 향해 울부짖었다. 멍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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