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를 마치고 출발한 버스가 12시 40분에 천문산(天⾨⼭) 주차장에 도착했다. 정상적인 투어 일정이라면 케이블카를 타고 천문산(天⾨⼭)에 올라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11월 한 달 동안 케이블카는 정기 점검을 위해 운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개는 장가계 도심에서 천문산 1,300m 높이까지는 케이블카로 올라가는 일정으로 거리가 7.5km에 이르는데 이동시간만 해도 30분이 넘게 걸린다. 어쩔 수 없이 케이블카를 탈 수 없게 되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통천대도 풍경을 카메라로 찍는 것은 물 건너갔다. 천문산 주차장 해발 200m에서 천문동(天门洞)이 있는 해발 1,300m까지는 셔틀버스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 길 이름이 하늘로 통하는 길이라는 뜻의 통천대도(通天大道)다. 이 길은 구불구불 99 굽이로 11km에 이른다. 인터넷을 통해 사진으로 봤지만 아찔한 벼랑길이다. 소요 시간만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 케이블카나 시간은 거기서 거기다.
특이한 것은 입장할 때 여권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여권을 제시해야 입장이 가능하다는 게 가이드(김춘실)의 설명이다. 그녀가 잠시 기다리라며 티켓을 사러 갔다. 그 사이 카메라를 꺼내 멀리 천문동이 보이는 천문산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산 중턱에 구멍이 뚫린 천문동(天门洞)은 멀리서도 보였다. 이곳에 오면서 가이드가 천문동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천문동까지 총 999개의 계단이 있는데, 오르는 방법은 계단을 통해서도 걸어서 오를 수 있고 에스컬레이터를 통해서도 오를 수 있는데 우리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단다.
가이드가 돌아왔다. 셔틀버스를 타는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그녀가 걸음을 재촉했다. 그녀가 버스 안에서 말하길 어제 주말을 이용해서 장가계에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이 5,000명에 이른다고 했었다. 혼잡한 상황이 예상되어서 그런지 서두르는 느낌이다. 그녀가 앞장서고 우리가 그 뒤를 따랐다. 표를 검사하는 입구에 이르러 우리 일행을 보고 여권을 꺼내어 손에 들으라고 한다. 그리고 줄지어 한 줄로 서서 표를 검사하는 공원 입구로 천천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입구를 통과해 셔틀버스 승차장으로 이동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경쟁적으로 빨리 셔틀버스를 타려는 것이다. 승차장에서도 차례로 승차하도록 승차라인이 구불구불 철재 통로 만들어져 있다. 줄을 서고 보니 사람들이 제법 많다. 중국인 특유의 말이 시끄럽게 귀를 괴롭힌다. 가이드가 한 말이 떠올랐다. 중국에 여행을 올 때는 10월 한 달을 피해서 오라고 한 말이다. 황금연휴 때문이란다. 어딜 가나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는데 유명한 명소는 한두 시간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고, 심한 경우 5시간도 걸리는 때도 있다고 한다. 11월이 이 정도 상황인데 10월은 어느 정도인지 그녀의 말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계속해서 쉼 없이 셔틀버스가 들어오고 관광객들을 실어 셔틀버스가 통천대도로 올라간다. 생각보다 줄이 빠르게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성수기에는 셔틀버스 200대까지 운행을 한다고 한다. 요즘은 100대 정도가 운행될 것으로 가이드는 추정했다. 버스 크기로 보아 20여 명이 정원인 듯 보였다. 버스를 타고 안전띠를 착용했다. 그런데 헐렁했다. 버스 안은 지저분했다. 옛날 시골 장날에 가는 마을사람들이 이용하는 버스를 탄 기분이 들었다.
출발하자마자 오르막 비탈길인데 가속페달을 밟는다. 거칠게 차를 몰았다. 곡선 길을 확 잡아 돌린다. 타고 있는 관광객들의 몸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중심이 쏠리다 보니 중심 잡기가 힘들다. 나도 모르게 앞 좌석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커브 길이 99개나 되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고 또 올라도 굽이치는 곡선도로는 끝이 없는 듯했다.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볼까, 하는 마음에 카메라를 들어 커브 길을 천천히 도는 순간에 셔터를 눌러봤다. 카메라가 많이 흔들려 초점이 안 맞아 포기했다.
어느 정도 올라왔는지 산 아래쪽이 보였다. 밖을 보니 천 길 낭떠러지다. 아찔하다. 상상하기 싫지만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난다면 그야말로 저승길이 불 보듯 뻔 할 것 같은 생각이 스친다. 좋게 말하면 스릴감이 넘치고 솔직하게 말하면 오금이 저린다. 겉으로는 스릴감을 즐기고, 속으로는 무서움에 전율을 느끼고 있다. 놀이동산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공포와 스릴이 동시에 마음을 계속 흔들어 놓았다. 그러길 30여 분, 우리는 천문동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 아래에서 작게 보이던 천문동(天门洞)이 바로 눈앞에 버티며 웅장한 모습으로 드러냈다. 산 중턱 절벽에 뚫린 구멍이다. 그런데 구멍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멀리서 보면 ‘하늘로 가는 문’이 활짝 열린 것 같다고 해서 천문동(天门洞)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해발 1,518m의 산 정상 부근에 하늘이 훤히 보이는 구멍이 독특하다. 높이가 137.5m, 너비가 57m, 깊이 60m나 된다. 뻥 뚫린 구멍치고는 너무 크다. 어쨌든 신기하다. 흔치 않은 비경이다.
천문동(天门洞)은 위·촉·오 삼국이 대립하던 263년경, 천문산의 절벽 가운데에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다고 한다. 1999년 12월 8일부터 12월 11일까지 진행된 장가계 세계 곡예비행 경연대회 때 경비행기가 천문동(天门洞)을 통과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였고, 그 후 2006년 3월 17일부터 3월 19일까지 진행된 러시아 공군의 Russian Knight'라는 곡예비행 팀이 이곳에서 곡예비행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즐기는 일은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행복이다. 사진은 추억으로 남고 또 이곳에 왔다는 증거가 되고, 자랑거리가 된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자기 생에 남기고자 하는 본능이 있는가 보다. 사진도 그런 본능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여행은 추억으로 남고, 사진은 그 추억의 기록이다. 가이드가 우리 일행들에게 한 팀씩 기념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했다. 차례를 기다려 그녀에게 카메라를 넘겨주고 아내와 같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자유시간이 주어져 우리가 올라왔던 통천대로 길이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가 보았다. 조금 전 내가 저 길을 통해 달려왔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려다보는 것만 해도 아찔하거니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깊은 천 길 벼랑길이다.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에 담기는 통천대도를 찍어도 찍어도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없다. 눈과 카메라의 차이다. 인터넷을 통해 이곳 사진을 봤지만 거기서 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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