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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중국&일본

타이페이 101 전망대

by 훈 작가 2024. 2. 10.

오후 6시. 101 전망대가 있는 도로변에 도착했다. 타이베이에 오면 101 전망대 투어는 빼놓을 수 없다. 해가 빨리 졌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거리는 환하다. 비구름에 가렸던 하늘도 제 모습을 되찾았다. 마음속으로 멋진 일몰을 기대했는데, 기대에 못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야경을 구경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이드가 간단하게 101 전망대에 대해 말했다. 2010년까지는 세계 최고층 마천루였다. 정식 명칭은 ‘타이베이 금융센터’다. 높이가 509.2m로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이 건물은 지상 101층, 지하 5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91층과 89층에는 전망대가 있고, 지하 1층에서 지상 6층까지는 쇼핑몰이다. 

1분당 1,010m의 속도를 자랑하는 엘리베이터는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단다. 건물은 하늘로 뻗은 대나무 위에 꽃잎이 겹겹이 피어난 것처럼 보이는 형상으로 8개 층씩 총 8개의 마디로 구분되어 있다. 이는 타이완 사람들이 숫자 ‘8’을 길한 숫자로 여겨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안전에 대한 설명이었다. 

대만은 지진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고층 빌딩을 짓는다는 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101 빌딩을 지은 자리는 땅이 아니라 암반 위라는 사실이다. 엄청난 건물의 하중을 감당하려면 그냥 땅을 파서 짓는다는 애당초 생각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건물의 안전도 때문에 기초공사를 시작하면서 지하 80m까지 쇠기둥 380개를 박았다고 한다. 

여기에 강력한 태풍의 저항을 조절해 주는 거대한 공기제동기(wind damper)를 설치했는데, 제동기의 모양이 쇠구슬 형태로 12.5㎝ 두께 철판 41개를 겹겹이 용접해 만든 660t이나 된다. 이 쇠구슬을 87층과 92층 사이에서 매달아 바람의 저항을 40% 줄여주는 기능을 하는데 관람객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101 빌딩 건물 안으로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로 5층까지 올라갔다. 빌딩 안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명품매장이 보였지만 우리나라 백화점 내부 풍경과는 너무 달랐다.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많은 인파로 북적일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 분위기다. 좀 과장하면 너무 썰렁했다. 그게 정확한 표현이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이드 말대로 불과 37초밖에 안 걸렸다. 시속 60km 속도란다. 귀가 멍해지는 것 같은데 끝이다. 전망대에 도착한 것이다. 문이 열리자 젊은 관람객들이 많이 보인다. 그들은 자리가 좋은 쪽을 차지하고 사진을 찍으려고 스마트 폰 거치대를 곳곳에 준비해 놓은 상태여서 구경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기념품 판매점, 기념사진 촬영점, 산호초 가공품 판매점이 보였다. 곳곳에 포토 존도 만들어 놓았다. 음료나 맥주도 판다. 시선을 끄는 것도 없고 왠지 비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바깥이 어둡지 않았다. 한 여름이라 낮이 긴 탓이다. 그래도 포토 존마다 젊은이들은 인증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의 표정에 즐거움이 넘쳐난다. 

창가 쪽 전망 좋은 곳에는 동영상을 찍거나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이 꿈쩍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빈틈이 있나 한 바퀴 둘러보았다. 하지만 인상적인 야경을 찍을 만한 포인트는 없었다. 그래도 101 전망대에 왔으니, 타이베이의 야경은 카메라에 담아야 하지 않겠는가. 설령 화려한 도심의 야경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어둠이 빛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셔터 소리가 들렸다. 조급한 마음에 어디서 찍어야 할지 마음이 급해진다. 체면을 무릅쓰고 젊은이들 사이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좁은 자리를 비집고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런데 서울 남산 타워에서 보는 야경보다 훨씬 못하다. 그래도 어쩌랴,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눌렀다. 역시 사진이 별로였다. 

아쉽지만 기행문에 실을 사진이라도 찍어야 했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작은 기대감은 있었다. 하긴 여행 오기 전, 인터넷에 올라온 대만 여행 후기를 보니 야경에 대한 긍정 평가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그게 사진을 찍는 사람의 피사체를 어떻게 카레라에 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결론은 별 차이가 없었다. 

101 전망대 투어는 오후 6시 40분에 끝났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101 전망대가 있는 거리로 나왔다. 번화가인데 어둡다. 오가는 인파도 별로 안 보인다. 분명 초저녁 시간대인데 거리 분위기가 한산하기 짝이 없다. 우리의 서울과 너무 다르다. 투어 버스에 오르자 가이드는 라오허제 야시장으로 갈 거라 말한다. 오늘 마지막 투어인 대만의 맛투어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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