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쇼핑 해외여행 프로그램을 가끔 봅니다. 배경 화면에 나오는 여행지의 풍경은 언제나 환상적입니다.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의 시선을 유혹합니다. 해외여행은 누구에게나 로망일 겁니다. 그게 유럽이든 가까운 중국이나 동남아든 상관없습니다. 경제적 이유가 있고 시간만 있다면 언제라도 떠나고 싶은 게 여행입니다.
영화 아바타로 유명해진 곳이 중국의 장가계입니다. 영화를 본 후 검색창에 장가계를 치고 클릭해 후기를 읽어보니 하나같이 무릉도원을 연상케 하는 곳이랍니다. 어떤 이는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하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주위에 다녀온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환상적인 여행지라고 소감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장가계 이미지를 사진으로 검색해 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만약 장가계로 여행 가면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좋아하는 여행도 하고, 멋진 풍경 사진도 찍을 수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든 겁니다. 무엇보다 장가계의 풍경이 내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어차피 해외여행은 설렘이란 환상과 함께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 오릅니다. 가벼운 흥분은 설렘을 자극하는 양념이나 다름없습니다. 여행이 가져다주는 이런 설렘은 남녀노소는 물론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여행은 마음속에 꿈꾸던 환상을 현실로 옮기는 시점부터 설렘의 용광로가 가열되기 마련입니다.
설렘은 환상이 깨지기 전까지 그 뜨거움을 유지합니다. 가능한 환상이 깨지지 않는 여행이라면 행복지수 A+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음은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장가계는 환상적인 자연 비경을 카메라로 직접 담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점에서 설렘과 기대가 다른 여행과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나친 환상은 금물입니다. 환상과 현실의 괴리감은 자칫 여행의 설렘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줄어들게 만듭니다. 이 때문에 즐거워야 할 여행의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이 설렘과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더라도 여행 자체는 즐겁고 행복해야만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장가계가 천하절경인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홈 쇼핑 TV에 나오는 동영상이나 관광 안내 사진 같은 풍경을 실제 여행에서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이미지나 사진은 전문가들에 의해 가장 좋은 날씨 조건과 시간에 맞추어 촬영했거나 찍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최적의 조건에서 만든 것이니 환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울할 뻔했습니다. 환상적인 비경을 현실에서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가계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어떤 여행이든 환상이 있습니다. 그러나 환상은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게 여행입니다. 환상을 내려놓아야 여행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환상여행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기대보다 실망이 클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일상에서 흔히 환상적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의미 그대로입니다. 환상(幻想)은 현실에서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걸 모르고 환상에 사로잡혔던 장가계 여행은 하마터면 사진 때문에 상심이 클 뻔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상상했던 사진을 찍지 못해서입니다. 하지만 그걸 내려놓는 순간 여행이 즐거웠습니다.
인생은 존재의 시간입니다. 어떤 존재로 시간이란 궤도 위에 있을 때 행복할까, 생각해 보면 여행이 주는 행복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의미가 있습니다. 해외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느꼈던 게 있습니다.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것 같은 아쉬움입니다. 깨고 싶지 않은 꿈같은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환상이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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