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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북유럽

인어 동상

by 훈 작가 2023. 3. 8.

 

선착장에 요트가 정박해 있는 바닷가로 왔다. 건너편 부둣가에도 유람선이 보이고 크루즈 선 뒷모습도 보였다. 한 폭의 멋진 그림 같다. 코펜하겐의 여유 있는 오후의 모습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봤던 항구의 풍경이 스쳤다. 그때 시드니 가이드는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으면 골프를, 4만 달러 넘으면 요트를, 6만 달러가 넘으면 승마를 즐긴다고 했었다. 

오른쪽으로 라일락 꽃나무가 일정 간격으로 향기를 날리며 뽐내고 서 있다. 해변 쪽에 있는 도로인데 왼쪽으로는 바다다. 조금 걸어가니 구경꾼이 많이 모여 있다. 그곳 사람들이 한 곳을 향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조금 더 다가가니 한 사람씩 차례로 인증 사진을 찍는다. 코펜하겐의 대표적인 상징물 인어공주 동상이다. 

한적한 해변에 있는 인어 동상이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 그런데 여행객들에겐 필수관광코스다. 이를 증명하듯이 유독 이곳만 사람이 몰려있다. 유명세를 치르게 하는 덴마크사람들의 마케팅 능력인지 모른다. 안데르센 동화로 알려진 것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다. 


젊은 현지 가이드가 인어 동상에 대한 사연을 늘어놓는다. 그게 무얼까? 

인어공주 동상은 게피온의 분수에서 북쪽 해안을 따라 300m 정도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해안가의 바위에 앉아 있는 작은 동상이다. 동상이라면 대부분은 크다고 생각하는데, 여기는 아니다. 동상은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에서 착안해서 1913년 조각가 에드 바르트 에릭슨(Edvard Eriksen)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유명한 칼스버그 맥주회사 2대 사장이었던 칼 야콥슨이 여기에 이 조각상을 설치하자는 아이디어와 비용을 제공했다. 모델은 극장의 ‘프리마돈나’로 절세미인이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조각가의 부인이 되었다고 한다.

인어 동상에 대한 뒷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한때 왼쪽 팔이 한때 잘려 나가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의 팔은 나중에 제작하여 부착한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 사람이 이곳에 인어 동상을 보고자 하는 기대에 부푼 꿈을 안고 오지만 실제의 모습을 보면 다소 실망하게 된다고 한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흘러 다니는 말 중에 '유럽의 3대 썰렁 명소'가 있다고 하는데, 바로 이곳의 ‘인어공주 조각상’과 벨기에 브뤼셀의 ‘오줌 싸게 동상’ 또 하나는 독일 라인강 강가의 ‘로렐라이언덕’이라고 한다. 


관광명소가 반드시 거창하고 볼만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인어공주 동상도 비록 작지만, 안데르센이란 동화작가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에 안데르센 기념관이라도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는지 모른다. 유명 관광지나 명소는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달랑 인어공주 동상만 있는 것은 무엇인가 허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한 2%가 무엇인지는 코펜하겐 사람들의 고민해 보아야 할 사항이다. 분명한 것은 기대만큼은 아니라는 점이다.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인어 동상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이 있었다. 기념품에 눈길이 갔다. 적당한 가격인지 기웃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다른 여행객들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저울질한다. 망설이다 지갑을 열었다. 이때다 싶으면 해야 한다. 경험상 다음은 없다. 더 싸게 살 수 있겠지 하다 보면 나중에 후회를 부른다. 그때 살걸?. 다시 해변가 요트 풍경을 바라본다. 여전히 그 풍경이 수채화 같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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