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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에세이

죽여야 맛이 나고, 행복한 세상

by 훈 작가 2024. 2. 7.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아주 그냥 죽여줘요.”

트로트 가수 박현빈이 부른 노래 첫 구절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정말 죽여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노래를 전부 들어보면 무슨 의미인지 다 압니다. 아름다운 여인의 미모를 뜻합니다. 하지만 노래 가사만 놓고 보면 섬뜩한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거나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단어가 죽음일 겁니다. 그럼에도 ‘죽여줘요.’라는 표현은 역설적이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죽여준다.’라는 말 여성의 미모에만 한정하여 쓰는 표현은 아닙니다. 유명한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에 가서 음식 맛이 있을 때도 ‘(맛) 죽여주는데.’ 하고 말해 본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겁니다. 이때 ‘죽여준다.’라는 말은 음식이나 요리에 대한 최고의 칭찬을 나타내는 표현일 겁니다. 음식에 대한 만족도를 표현하는 말이 분명한데 죽음과 관련된 단어가 사용되었습니다. 사실 음식 맛과 죽음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낼 받았음.


우리는 일상에서 ‘~죽겠다.’라고 하는 말을 알게 모르게 많이 씁니다. 누구를 좋아하거나 미워할 때도 ‘좋아 죽겠다.’ 또는 ‘미워 죽겠다.’라고 하고, 배가 고프거나 부를 때도 배고파 죽겠다고 하거나 배불러 죽겠다고 합니다. 날씨가 더울 때나 추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듯 ‘죽겠다.’라는 말을 부지불식간에 나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여러 상황에서 ‘죽겠다.’라고 하는 말을 많이 쓰는 게 어찌 보면 아이러니합니다.

음식 맛을 살리려면 재료의 풍미만 살리고 잡스러운 맛은 죽여야 합니다. 김치를 예로 들면 알 겁니다. 우선 밭에서 살아 있는 배추 뿌리를 칼로 베어 죽여야 한다. 그 다음 소금에 절여서 죽이고, 다시 고추 매운 양념에 버무려 죽입니다. 그게 끝이 아닙니다. 락앤락 김치통에 담아 뚜껑을 꽉 닫아 밀폐시켜 숨까지 죽입니다. 마지막으로 김치냉장고에 넣어 숙성시키는 죽음의 과정을 거쳐야 죽여주는 김치 맛이 납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생각해 보면, 죽일 것은 죽여야 최상의 결과(만족)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성의 메이크업은 단점을 최대한 죽여야 하고, 배고픔의 본능을 죽여야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속마음을 죽여야 사회생활도 원만한 경우가 많습니다.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앞에서 끼어드는 차를 보면 화가 납니다. 이때 화를 죽이지 못하면 자칫 불미스러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세상을 살다 보면 죽여야 할 때가 많습니다. 나만 옳다고 내 주장만 내세우면 따돌림당하여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고집도 죽여야 합니다. 남녀 사이의 사랑도 그렇습니다. 연인끼리 서로 자존심만 내세우다 보면 갑자기 사랑의 종말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때론 자존심을 죽여야 연인관계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이와같이 세상은 생각하는 것보다 죽여야 살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고통 없는 삶이 행복입니다. 그런데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다 어느 순간 행복을 빼앗아 가려합니다. 고통을 죽여야 행복을 느끼는데 그게 마음 같지 않습니다. 그게 언제인지는 사람마다 다르니 언제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행복은 마음먹은 대로 오지도,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행복이란 고통의 산물이기에 내 성질을, 내 자존심을 죽여야 할 때가 많습니다. 행복으로 가는 첫걸음이 고통을 죽이는 것에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죽여야 한다’라고 하는 표현의 대상(목적어)에 따라 최고의 수식어가 되고, 최상의 결과(만족)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의 이면에 숨어 있는 의미(단점이나 고통)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얻어지는 멋이 있고, 맛이 있고, 감정(기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행복이란 추상명사도 사람의 감성 상태를 이르는 말이니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죽어야 맛이 나고, 행복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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