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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귀성길 의미를 생각해 보다

by 훈 작가 2024. 2. 9.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귀성길은 설레는 마음을 싣고 고향으로 향합니다. 매년 이맘때면 TV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요금소에서 방송기자가 리포팅하는 모습입니다. 기자는 서울 요금소 기준으로 대전, 부산, 광주, 강릉 등 지방 각 도시까지 소요되는 예상 시간을 실시간으로 전해줍니다.

그런데 고속도로는 이름값도 하지 못합니다. 꽉 막혀 심한 정체현상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급합니다.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북이걸음을 하듯 답답한 흐름에 합류해야 합니다. 이제 익숙해져 있는 풍경이니 대부분 그러려니 하며 하고 운전대를 잡습니다. 사실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나마 통행료가 면제되니 위안이라면 위안입니다. 

총각 시절엔 고향길이 은근히 스트레스였습니다. 부모님 얼굴을 떠올리면 어쩔 수 없이 가야 했지만 분명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사귀는 여자는 있니 없니, 묻는 말에 대답하기 싫어서였습니다. 게다가 쥐꼬리만 한 월급에 결혼자금 모으기도 빠듯한데 부모님 용돈 드려야지, 조카들 세뱃돈 줘야지 적지 않은 돈을 써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서울 하숙집에 혼자 남아 있는 것도 별로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언젠가는 일부러 당직을 자처한 적도 있습니다. 썰렁한 사무실에서 쓸쓸하게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려니 정말 기분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 뒤로 다시는 당직을 맡지 않았습니다. 생각이 짧았던 겁니다. 싫든 좋든 명절은 가족과 함께 지내야 명절입니다. 


요즘은 명절 때 스트레스를 받는 청년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아마 일가친척이나 어른들 잔소리 때문인 것 같습니다. 조간신문을 보니 취준생 4명 중 1명이 고향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잔소리만 들을 바에 혼자 지내는 게 낫다는 겁니다.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좋은 생각은 아닌 듯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알바를 하며 TV 뉴스에 나오는 귀성길 장면을 보고 있는 청년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아마 부모님 마음은 더 속상할 겁니다. 그리고 그깟 잔소리 뭐가 중요합니까. 정작 중요한 건 가족의 사랑입니다. 귀성길은 단순한 고향길이 아닙니다. 가족의 소중한 가치를 확인하고 다지는 길입니다. 

언제나 귀성길은 차량정체로 지루하고 고단합니다. 그런데 왜 그런 고생을 감수하고 가는 걸 까요. 같은 길이라도 고향으로 향하는 길은 남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길에는 어머님 젖가슴이 그립고 항상 따뜻한 고향의 포근함이 있습니다. 어떤 때는 가슴 시릴 만큼 마음이 짠하고 아려와 눈물이 날 올 것만 같은  뜨거운 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귀성길은 그 어떤 설렘보다 진한 설렘의 길입니다. 그 길을 외면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라도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예전과 달리 명절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명절은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가족 간의 사랑이 존재하는 한 귀성길은 항상 설렘의 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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