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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동유럽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몬트제(Mondsee) 마을

by 훈 작가 2024. 5. 17.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출처 : 인터넷)

오후 13:20분, <잘츠부르크>를 출발했다. <찰츠캄머굿>의 몬트제(Mondsee) 마을까지 30분 정도를 달렸다. 버스에서 내리자, 알프스의 산자락에 별장 같은 집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인솔자를 따라 호수 쪽으로 걸었다. 도로 양옆으로 차량 통행을 위해 치운 눈이 쌓여 있었고 일부가 햇살에 녹아 물이 도로 바닥으로 흐르고 있다. 아마도 며칠 전까지 눈이 많이 내렸던 모양이다. 아스팔트가 아닌 쪽으로 걸으면 길이 질퍽했다.
 
호숫가 선착장에 13:55분쯤 도착했다. 그러나 앞서 기다리는 여행객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4:30분 출발하는 유람선을 승선할 수밖에 없다. 그때까지 호수 주변을 구경하거나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예정에 없는 자유시간이 생긴 셈이다. 인솔자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도 좋으니 유람선 시간에 맞추어 이곳 선착장에 다시 모여 달라고 한다. 특별히 시간을 보내지 않을 것 같으면 자신을 따라 마을 구경을 가자고 했다.

몬트제 마을로 가는 길

키가 큰 가로수가 도로 양옆에 늘어서 있다. 그 뒤로 옹기종기 예쁜 집들이 사이좋게 모여 있다. 그런데 호숫가 도로 끝 쪽에서 있는 ‘통통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점점 크게 들렸다. 실체가 드러났다. 불을 끄느라 소방차에 연결된 호스로 물을 올려 주는 펌프를 돌리는 모터 소리였다. 마을에 다가가니 불을 끄느라 출동한 소방차 때문에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인솔자가 돌아오며 불을 끄느라 마을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인공이 결혼식을 올렸던 성당을 구경할 수 없게 되었다. 인솔자는 불을 끄고 있는 건물 뒤 노란색 건물이 성당이라고 말했다. 아내와 난 멀찌감치 불을 끄는 장소를 보며 ‘아! 저 성당을 말하는가 보구나.’ 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졸지에 투어 대신에 불구경하는 꼴이 되었다. 하필이면 이런 날 불이 나다니.

화재로 통제되어 마을로 들어기지 못함

이곳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먹고 산다고 할 정도로 관련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 남녀 주인공인 폰 트랩 대령과 마리아의 결혼식 장면을 촬영한 하엘 성당(Stiftskirche zum Hl. St. Michael)’이 단연 인기 있는 명소다. 여기에 '몬트제(Mondsee)'라는 마을 이름이 '달의 호수'라는 뜻이라고 하니 낭만적이어서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결혼식 장면을 찍기에 최적이란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1939년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합병되기 전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대부분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역에서 촬영되었다. 1965년에 개봉된 이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26년간 지키던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단번에 갈아 치웠다고 한다. 영화의 주요 장면을 촬영한 이곳과 잘츠부르크가 촬영 주 무대였기 때문에 ‘사운드 오브 뮤직투어 프로그램이 별도로 있을 정도라고 하니 무슨 말이 필요한가.

몬트제 마을(이미지 출처 : 인터넷)

영화에서 마리아와 7남매가 부르던 '도레미 송'과 더불어 대표 삽입곡인 '에델바이스'의 사연도 실제로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오스트리아 침공에 저항하는 의미로 오스트리아인들이 많이 부른 민요를 편곡한 것이라고 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불리던 이 노래가 전 세계적인 노래로 퍼져나갔던 것도 이 영화 때문이고, 오스트리아 관광수익의 40%를 이 영화 한 편이 벌어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란다.
 
다시 호숫가 선착장 부근으로 왔다. 호숫가 주변에 청둥오리와 하얀색 철새로 보이는 한 무리의 새들이 모여 있다. 먹이를 뿌려 주는 여행객들 주변에 모여 호숫가를 떠나지 않는다. 먹이를 호수에 뿌려 주면 먹느라 야단법석이다. 어디를 가나 먹는 문제는 생존의 문제다. 그 모습이 야생에서나 인간사회의 모습이나 다를 리 없다. 이런 모습을 즐기듯 여행객들은 먹이를 던져주며 웃음을 즐긴다.

몬트제 호수 일몰

14:30분 정각에 유람선이 출발했다. 호수는 알프스산줄기에서 녹아내린 빙하가 녹아 형성된 것으로 푸른색 하늘빛이 담은 물빛이 너무나 맑아 보인다. 2층 갑판 위에 마련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호수 매력에 흠뻑 젖어 본다. 잠시 후 따뜻한 커피를 든 여승무원이 갑판 위로 올라와 커피 한 잔씩 서비스로 제공해 주었다. 그런데 여긴 커피 인심이 완전 대박이다. 많아도 너무 많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았다. 와~우! 커피 맛이 왜 이래? 좀 과장하면 사약 같다. (그 옛날 사약이 어떤 맛인지 알 수 없지만….) 그렇지 않아도 마을 안 풍경을 구경하지 못한 게 아쉬운데, (그럴 리야 없겠지만) 오후 일정은 쓴맛의 연속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성의를 봐서 커피를 마셔보지만 마실수록 사약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지인들은 이런 커피를 어떻게 마시지.

호수에서 본 샤프베르그 산

멀리 보이는 호수와 그 뒤로 샤프베르그(Schafberg) 산이 보였다. 상어의 지느러미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인솔자 말로는 우리 일정상에는 없지만, 산 정상까지 산악열차가 연결되어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으니, 나중에 올 기회가 있으면 꼭 가 보란다. 경치가 끝내 준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는 사이 유람선은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선회하여 선착장에 도착했다.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야 했다. 결국 유람선 타고 호수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끝이다. 몬트제 마을은 겉으로만 보고 떠난다. 어쩔 수 없다. 어차피 패키지여행은 보고 싶은데 보고, 가고 싶은 곳을 내 마음대로 갈 수가 없다. 패키지여행의 단점이다. 정해진 일정대로만 움직인다. 또 정해진 시간에 예약된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해야 한다. 약속은 곧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인솔자는 융통성을 보이는 데 한계가 있다.

호수에서 본 몬트제 마을

북유럽 여행 시 첫 일정이었던 모스크바가 생각난다. 아침 일찍 호텔 건너편 공원을 산책 삼아 한 시간 정도 구경하고 오다 로비에서 인솔자와 우연히 만나 한 소리 들었다. 독단적인 행동은 위험하니 자제해 달라며 말했다. 모스크바의 치안상황을 서울처럼 생각하면 예상치 못한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적인 차이로 언제든지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면 일정에 차질이 생겨 본의 아니게 일행에게 피해가 된다는 얘기다. 맞는 말이다.
 
오래전 기억에 남았던 영화 속 ‘사운드 오브 뮤직’의 알프스 풍경은 접하지 못했다. 왔다 가는 인증사진조차도 제대로 찍지 못했다. 먼 훗날 여길 떠올린다면 쓰디쓴 커피 맛과 불구경만 기억날 듯싶다. 여행은 아쉬움도 추억이다. 지나고 보면 이 순간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이야기할 날이 올 거다. 지나고 보면 여행이 남긴 모든 순간은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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