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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육아 독박

by 훈 작가 2024. 7. 14.

오리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평생 부부로 산다고 합니다. 이런 점은 본받을 만합니다. 그러나 수컷은 가부장적인 측면이 있나 봅니다. 가정을 소홀히 하거든요. 암컷이 알을 낳아도 단 한 번도 품어 주는 법이 없습니다. 새끼가 알에서 부화해도 돌봐주지 않습니다. 다 커서 독립할 때까지 육아는 오로지 암컷의 몫입니다.
 
이른 아침 엄마 물오리가 아이들을 데리고 호수로 나섰습니다. 아빠 물오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서 무얼 하든 엄마 오리는 전혀 관여하지 않습니다. 엄마 오리는 육아에만 전념할 뿐입니다. 물살을 가르며 호수 가운데로 유영하는 모습이 마치 제트기가 푸른 하늘을 비행하는 것 같아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
 
엄마 오리가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다 클때까지 키우는 건 모성에 의한 본능일 것이고, 새끼들을 키우는 건 당연히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아빠 오리가 무관심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고, 여기에 엄마 오리는 아무런 불만도 없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자연의 섭리입니다. 신이 그렇게 만든 겁니다.
 
그런데 사람 사는 세상은 다른 것 같습니다. 언젠가 ‘육아 독박’이라는 뜨거운 이슈가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 사이에 육아 문제로 갈등이 심할 때 생긴 신조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육아까지 맞아야 하는 힘든 상황에 나 몰라라 하는 남자들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일 겁니다.
 
육아는 힘들고 고된 일입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습니다. 심지어 ‘산후 우울증’이란 용어까지 거론하며 대중매체를 통해 주장하더니 ‘창살 없는 감옥살이’ 같은 표현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현상은 미디어가 영향을 끼쳤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시대가 변한 것에 대한 사회적 현상이기도 할 겁니다. 부모 세대들이 자식을 낳아 ‘으레 해야 하는 일’이었던 전통적 개념이 달라진 겁니다. 요즘 세대는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육아를 자신의 인생을 희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이런 이유로 아예 아이 갖는 것조차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물론 치솟는 집값 문제나 만만치 않은 교육비 부담 같은 요인도 있습니다. 여기에 내일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보다 오늘을 더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도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굳이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 시간과 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대세가 많은 듯합니다.
 
이해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육아를 희생이라고 하기엔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힘들고 고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기르면서 얻는 행복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겁니다. 문제는 힘든 육아 문제를 아빠 오리처럼 모르쇠로 일관하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얼마든지 함께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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