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시내버스나 전철을 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었습니다. 노인이 타면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대개 젊은 사람들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보기 힘듭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는 말할 것도 없고요. 어쩌다 한가한 오후 시간대에 전철을 타 보면 양보는커녕 하나 같이 스마트 폰을 보느라 아예 주변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심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뻔뻔하게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노약자석인데도 자는 척하는 건지, 정말 자는 건지 눈을 감고 못 본 척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본인이 내릴 정거장에 도착할 즈음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 재빨리 내립니다. 전철을 이용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더 보기 볼썽사나운 장면을 보기도 합니다. 나이 지긋한 노인과 젊은이가 언성을 높이며 다투는 모습입니다. 굳이 설명을 안 해도 어떤 상황인지는 잘 알 겁니다. 아마도 전철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보았을 법한 풍경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대중교통을 타면 양보하는 장면을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그깟 자리 양보하고 안 하고 가 문제가 아닙니다. 콕 집어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몸도 마음도 피곤한 세상입니다. 찌든 일상에 지쳐 있다 보니 내 몸 하나 챙기기 급급한 세상이거든요.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려다 보니 삶은 팍팍해지고, 마음의 여유를 갖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금쪽이처럼 키우지 않은 자식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교육은 입시교육에 매몰되어 도덕과 인성을 내팽개친 지 오래고요. 전철이든, 시내버스든, 승용차든, 러시아워 시간이면 예외 없이 교통지옥을 경험합니다. 세상이 변한걸 받아들여야 하겠죠. 양보나 배려가 미덕이었던 시절도 있었다는 걸 그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걸 못 가르친건 기성세대 잘못이니까요.
어쨌든 러쉬아워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끔찍한 일입니다.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노인들은 이시간대를 피하고, 자리를 양보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버렸으면 합니다. 세월이 변했으니 변한대로 받아들이고 살아야 합니다. 한 마디 덧붙인다면 누구든 예외없이 노인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노인을 사회밖으로 몰아내려는 시선이 슬픈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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